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간판 이승훈(26ㆍ대한항공)이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이승훈은 1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1만m에 출전한다.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12분58초55의 올림픽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던 종목이다. 당시 1위를 차지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코스 이탈로 실격처리를 받아 이승훈이 행운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 5,000m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따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려 12위로 부진했다. 기대했던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단거리 강자였던 모태범마저 500m와 1,000m에서 메달을 못 땄다. 남자 쇼트트랙마저 ‘노메달’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이승훈의 역할이 중요하다. 17일까지 한국 선수단이 딴 메달 3개는 모두 여자 선수들에게서 나왔다.
이승훈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2연패를 차지한 ‘빙속 여제’ 이상화(25ㆍ서울시청)의 기운을 받고 심기일전했다. 소치 빙질의 좋은 기억도 있다. 지난해 3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1만m에서 13분14초02의 기록으로 4위를 차지하며 밴쿠버 올림픽 이후 시달렸던 극심한 슬럼프를 털어냈다. 또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영문 이니셜 ‘SH’라는 공통 분모가 좋은 징조로 작용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첫 금메달을 선사한 이상화를 비롯해 여자 쇼트트랙 1,500m 은메달리스트 심석희, 500m 동메달리스트 박승희 모두 영문 이니셜이 같다.
이승훈의 강력한 경쟁자는 역시 ‘오렌지 군단’이다. 장거리 강국인 네덜란드는 5,000m를 싹쓸이했다. 1만m도 4년 전 실격 아픔을 씻기 위해 크라머가 벼르고 있는데다 요리트 베르그스마와 밥 데용도 우승 후보들이다. 이승훈은 “1만m도 네덜란드가 강하겠지만 다른 선수를 의식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5,000m보다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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