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위조 의혹에 대해 중국 선양(瀋陽)주재 한국영사관과 허룽(和龍)시 공안국 사이에 주고 받은 팩스 송수신 대장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검찰 차원에서 문서를 입수한 절차가 문제가 없었다는 선에 머물렀을 뿐 위조 여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미 중국 영사관이 "위조된 것"이라고 통보한 문서를 "위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13층 브리핑실에 모인 100여명의 취재진에게 "절차적으로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검찰은 먼저 이 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중국-북한 출입경(출입국) 기록을 2013년 10월 국정원이 입수했고, 이 기록에는 발급 기관인 중국 지린(吉林)성 허룽시 공안국과 허룽시 공증처 관인까지 찍혀 있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 기록의 진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검찰청이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을 거쳐 허룽시 공안국에 요청해 '9월 26일 발급해 준 사실이 있다'는 답을 지난해 11월 받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허룽시 관인 등은 중국 영사관이 항소심 재판부의 사실조회 요청에 대해 이미 '위조'라고 회신한 것이어서 검찰의 거듭된 주장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변호인이 제출한 유씨의 출입국 기록(자료1 참고)에서 2006년 5월 27일 이후 세 차례 연달아 '입국'이 표시된 것이 전산시스템 오류라는 삼합변방출입국관리소의 '정황설명서'(자료2)에 대해서도 "'출'과 '입'의 기록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답변을 영사관을 통해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위조 의혹이 제기된 3개 문서 모두 중국 관공서의 인증을 받은 자료임을 역설한 것이다.
검찰의 이 같은 해명은 유씨 변호인단이 "검찰 자료는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중국 영사관의 회신 내용을 공개한 지난 14일 했던 설명을 조금 더 상세히 되풀이한 것이다. 여전히 국정원이나 외교부에 경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국정원이 입수를 했기 때문에 알 수가 없고, 국정원의 협조를 얻어 앞으로 규명해 보겠다"고 한 게 해명의 전부였다.
검찰은 특히 논란의 핵심인 유씨의 출입국 기록을 국정원이 입수한 경위에 대해 "모르겠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2013년 6월 대검이 선양 한국영사관을 통해 지린성 공안청에 출입국 기록을 요청했으나 거부 당했고, 이후 국정원이 그 해 10월 중순 기록을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다"고 설명했지만, '어떻게, 누구로부터'는 생략이 돼 있다.
결국 국정원이 '비선'을 통해 자료를 얻는 과정에서 위조가 이뤄졌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고, 검찰이 미필적 고의로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 제기도 가능한 대목이다. 검찰측 자료 입수처인 선양 영사관 자체가 국정원 직원이 활동하는 곳이어서 위조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국 영사관이 역시 위조로 판단한 허룽시 공안국의 사실조회 답변(검찰측 자료1 출입국 기록을 발급한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도 국정원 직원이 공안국의 누군가와 사전에 공모했다면 위조가 가능한 부분이다. 검찰은 허룽시 공안국의 답변을 받아 전달했다는 선양주재 영사관 직원이 누구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삼합변방출입국관리소가 변호인단이 제출한 출입국 기록의 '출-입-입-입' 기록이 '시스템 오류로 보인다'고 답변하고는 검찰 쪽에는 '출-입-출-입'을 잘못 입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상반된 답을 한 '정황설명'에 대해서도 검찰은 "문제가 없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물론 활동 자체가 비공개인 국정원과의 관계, 증거 자료가 검찰의 관할이 미치지 않는 중국에 존재한다는 점 등을 검찰의 한계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중국 관공서들의 문서 발급과 해명 과정에 착오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검찰이나 국정원 어디도 숱한 의문들에 대해 책임있는 설명도 뚜렷한 증거도 내놓지 않은 채 중국 영사관의 회신 내용을 반박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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