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16일(현지시간) 관광버스를 겨냥한 폭탄테러로 한국인 3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동지역에서 한국인이 테러에 의해 목숨을 잃은 건 지난 2009년 9월 예멘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엄영선씨 납치 및 피살 이후 5년여 만이다. 외교부는 사건발생 즉시 현지 대사관을 중심으로 사고대책반을 긴급 구성해 사망자 신원과 사건경위를 파악하는 등 사고수습에 나섰다.
AP통신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 시나이반도 동북부의 관광지 타바 인근에서 관광버스를 겨냥한 폭탄테러 사건으로 한국인 3명과 이집트인 운전기사 1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또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한국인 21명도 부상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외신들은 현지 목격자들을 인용해 "많은 동양계 사람들이 타고 있던 버스에서 갑자기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며 사고 당시를 전했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측은 "현지 언론과 이집트 당국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상자 수가 아직 정확하게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상 정도가 심각한 한국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추가 희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들은 충북 진천중앙교회 소속 31명 교인으로, 성지순례를 위해 지난 10일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날 시나이반도 중부에 있는 유적지 캐서린 사원을 둘러본 뒤 타바로 향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지역은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것으로 성경에 기록된 곳으로, 한국인 순례객들이 많이 찾는다. 충북 진천중앙교회 관계자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성지순례를 가고 싶어하는 교인들이 몇 년 전부터 계획한 여행"이라며 "21일 귀국하는 일정이었는데 이런 참사가 발생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 했다.
아직 정확한 폭발사건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지 경찰은 시나이반도에서 활동하는 무장세력이 버스를 겨냥해 폭탄공격을 가했거나 도로에 폭탄을 매설해 터뜨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이스라엘과 국경에서 가까운 곳이다. 관광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지난해 7월 군부에 의해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이슬람주의 단체의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나이반도가 무장세력의 온상지가 된 이유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정국이 혼란해지면서 치안을 유지할 공권력이 그 만큼 약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나이반도에선 2012년 2월에도 한국인 관광객 3명이 현지 무장세력이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난 적이 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