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과 북한 비핵화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으로 6자회담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는 여전하다. "우선 대화를 먼저 하자"는 중국과 "비핵화 사전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미국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이 "미중 양국이 비핵화 촉진을 위한 서로의 안을 제시했으며, 지금 구체적 조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적시한 국무부 발언록은 미중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행동'에 나섰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동북아 정세나 남북관계에서 비핵화의 의미는 점점 커지고 있다. 우선 남북고위급 접촉으로 마련된 대화의 동력을 실질적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비핵화 진전이 필수적이다. 남북관계를 일거에 집어삼킬 수 있는 블랙홀과 같은 북핵 문제를 방치한 채 부분적 개선조치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도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성패가 북한 비핵화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핵은 동북아 정세에서도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의 안보 이슈를 아우를 수 있는 포괄적이고 핵심적인 의제다. 케리 장관은 베이징을 방문하기 전 서울에서 "한일 양국이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으며 특히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3각 공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견인할 매개 표적으로 북핵을 거론한 것이다. 과거사 문제로 갈등 해소가 쉽지 않은 한일 관계의 돌파구가 되리라는 측면에서도 6자회담은 양국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백악관의 한반도담당 보좌관인 시드니 사일러는 며칠 전 워싱턴 세미나에서 "이산가족상봉이 보내는 긍정적 신호가 북한의 태도변화를 뜻하는 것이기를 바란다"며 "미국은 (북핵에 대한) 현실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남북흐름을 비핵화에 연계시키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의 유화적 분위기로 보아 북한이 6자회담에서도 전향적 자세를 보이리란 기대감이 크다. 비핵화 협상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동북아 안보협력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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