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대기업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신흥국발 금융위기와 겹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4일 KT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1단계 강등했다. 무디스에서 A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LG화학 3곳뿐이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무선시장에서의 경쟁과열, 유선분야 매출감소, 고비용 구조 등을 고려하면 KT가 수익성을 회복해 A3등급 기준에 부합하기는 당분간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디스는 6일에도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LG전자와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을 각각 Baa3로 한 단계씩 내렸다.
피치도 지난해 말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BBB로 기존보다 한 계단 낮췄다. 포스코는 지난해 총 영업이익이 2조9,961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줄면서 2년 연속 감소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해당기업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LG전자는 등급이 떨어진 다음날(7일)부터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나면서 일주일 만에 주가가 2% 넘게 빠졌다. KT도 등급 강등 이후 외국인들이 총 144억6,000만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주가가 떨어졌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회사채 금리가 올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흥국발 금융위기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의 신용등급마저 강등되면 아무래도 투자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기준에 따르면 KT와 포스코는 각각 AAA, LG전자도 AA등급이다. 박정호 동부증권 채권전략팀장은 "국내 신용평가사는 기업이 일시적인 부진을 겪더라도 사업경쟁력만 있으면 등급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안정성 지표가 자사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바로 등급을 조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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