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국내 의료관광 시장에서 미국을 제치고 가장 ‘큰 손’으로 떠올랐다. 서울 강남에서 성형수술이나 피부과 시술을 받는 20~30대 중국 여성들이 국내 의료 쇼핑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2년 외국인환자 통계’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188개국, 15만9,464명의 외국인 환자가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모두 2,673억원의 진료비를 지출했다. 전년도보다 환자 수(12만2,297명)는 30.4%, 진료수입은 47.8%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중국인 환자가 전년도보다 69.1% 늘어난 3만2,503명(20.4%)으로 미국인 환자(19.2%)를 누르고 외국인 환자 중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인 환자는 2009년 4,724명으로 전체의 7.8%에 불과했으나 3년간 7배 가까이 급증했다. 중국 환자들은 1인당 169만원, 총 550억원의 진료비를 지출했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기획팀장은 “중국인 환자들은 주로 20~30대 여성으로 성형외과나 피부과 환자”라며 “중국 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성형수술 수요가 많은데다 한국 성형수술이 유명해 중국인 환자들에게 한국 강남에서 성형수술을 받는 것은 마치 명품 구입하는 것처럼 심리적 만족감이 높은 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나 연예인들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하루에 중국인 환자가 5~10명 정도 온다”며 “중국에서 이미 성형수술을 했는데 원하는 대로 잘 안돼서 한국으로 재수술하러 온 환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환자들은 성형외과의 현지 상담소나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병원에 연락해 화상채팅 등으로 상담을 받고 수술 일정을 잡은 뒤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 성형외과에는 지난해 외국인 환자가 3,000명 정도 방문했는데 이중 80%가 중국인 환자다.
실제로 2012년 한국에 온 중국인 환자의 70.6%가 여성이었고 전체 환자 중 20대(27.5%)와 30대(23.4%) 젊은층이 절반이 넘었다. 여성 환자의 36.5%는 성형외과를, 15.2%는 피부과를 찾았다. 또 중국인 환자의 44.2%는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밖에 질 높은 의료혜택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아온 러시아, 몽골의 환자가 전년보다 각각 70.3%, 157.4% 급증하며 외국인 환자 중 4, 5번째를 차지했다. 세번째로 많은 외국인 환자는 일본 환자(1만9,744명∙12.4%)로 전년보다 12.2% 감소했다.
한 팀장은 “외국인 환자 1명을 유치하는 것은 물류비나 관세도 들지 않아 결과적으로 차 한대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이익”이라며 “외국인 환자들에게 필요한 통역이나 코디네이터, 외국인 환자 식단 같은 인프라 관련 투자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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