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다. ‘아닌 게 아니라’는 말은 ‘사실은’의 의미이며, ‘돈이 없는 게 아니다’는 말은 ‘돈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말에선 이 같은 사용이 자연스럽지만 현대 구어 영어에서 부정문의 쓰임은 매우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일상 표현 중에 ‘비가 오지 않아도 놀라지 않겠다.’(I shouldn’t be surprised if it didn’t rain)는 문장이 있다. 부정의 부정처럼 보이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는 강조의 기법으로 쓰였을 뿐이다. 이처럼 부정을 반복하면서 핵심을 피해가거나 모호함으로 본질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흑인들이 곧잘 사용하는 ‘She doesn’t have no money’라는 말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사실은 좀 있다’는 뜻이 아니라 ‘돈이 없음’을 강조한 부정어의 반복이다. 마찬가지로 ‘I didn’t see nothing’도 ‘I saw something’의 의미로 말할 때 혼돈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She isn’t unhappy’처럼 말하는 것보다는 ‘She is happy’가 명료한 것이다.
최근 영화감독 Woody Allen이 입양녀를 성추행했다는 기사가 New York Times에 실려 세간의 화제가 되었는데 그 사실 여부보다 인용된 문장과 그의 표현법이 더 관심을 끌었다. 해당 기사에서 ‘Not that I doubt Dylan hasn’t come to believe she’s been molested ~’은 애매하고 아리송하게 읽힌다. ‘(Dylan)입양녀가 양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믿지 않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뜻으로 비친다. 글을 잘 쓰는 Allen 감독은 곤혹스런 경우 쉬운 말을 어렵게 돌려 말함으로써 핵심을 비껴갔다. 그의 말은 ‘I didn’t doubt his hair wasn’t black’의 문장과 유사한 형태이다. ‘그의 머리가 검은색이 아니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차라리 ‘I concede that it was black’이라고 말하면 간단해진다.
원어민들도 부정 표현법 때문에 애를 먹는다. ‘I could care less’와 ‘I couldn’t care less’를 예로 들어보자. 전자는 ‘나는 걱정을 덜 할 수 있겠다’는 말이고 후자는 ‘나는 걱정을 덜 할 수가 없다. 고로 어찌 걱정되지 않겠는가’의 뜻이 된다. 또 부정으로 혼동하기 쉬운 강조 표현으로 ‘Most people couldn’t care less about it’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강조의 내용이다. Not ~less로 이어지는 부정어의 반복이 아니라 부정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원어민들도 이런 문장을 오역하거나 잘못 말하곤 한다. 부정어 반복어법의 맹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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