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동화란 어떤 것일까. 더구나 아이들의 호기심까지 유발할 수 있는 SF 장르로 맛깔스럽게 엮었다면.
문미영의 ‘바닷속 태양’은 2100년 바닷속 수천 개의 해저도시 속에서 펼쳐지는 SF(science fictionㆍ공상과학소설) 장편동화다. 오염된 육지를 피해 바닷속에서 살게 된 미래의 인류를 배경으로 한다. 해저시대 바닷속 세상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음모에 맞서는 어린이 ‘환희’의 용기와 모험을 그렸다. 도서출판 ‘푸른책들’ 미래의 고전 시리즈 42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바닷속 태양’이 동화로 태어나게 된 계기는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연환경과 미래에 대해 고민했기 때문이다.
문미영 작가는 “환희와 센트럴돔을 처음 구상한 것은 바다에 놀러 가서다. 바닷가의 첫 인상은 그냥 그랬다. 사람들이 남긴 쓰레기 때문에 바닷가 주변이 지저분해서 절로 눈이 찡그려졌다. 하지만 바닷속은 달랐다. 물안경을 쓰고 들어가니 형형색색의 산호가 펼쳐졌다. 많은 물고기를 보았다. 수영을 하면서 ‘나중에 지구가 지저분해지면 바닷속에 들어가 집을 짓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다. 그게 ‘바닷속 태양’이 탄생한 계기다”라고 전한다.
주인공 환희는 엄마를 잃고 마음의 병을 앓는 아이다. 아이는 자신의 병을 감추려고만 한다. 겁도 많다. ‘바닷속 태양’이 매력적인 것은 이렇게 마음의 병을 앓으며 겁 많던 아이가 부조리한 사람들에 맞서 용기를 내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는 걸 두려워하는 아이에서 용기를 낼 줄 아는 아이로 변화되는 모습을 SF라는 장르의 재미에 잘 녹여냈다.
저자는 “동화를 쓰면서 환희처럼 서서히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나쁜 행동을 하면 ‘미안하다’고 사과하게 됐고, 나쁜 행동을 한 사람에게 ‘그건 나쁜 행동이다’라고 말하게 됐다. 용기를 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환희는 나에게, 못하는 일은 못한다고 좋아하는 것은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방법을 깨닫게 해준 친구다”라고 말한다.
용기를 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정말 두려운 일, 위험한 일, 하고 싶지 않을 일이라면 더더욱 어렵다. ‘용기를 낸다면 지금보다 나은 자신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저자가 가족과 주변에 대한 사랑으로 용기를 내는 환희의 모습을 통해,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도 자신을 가로 막는 벽을 향해 용기를 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바닷속태양’에 사용된 돔, 해저생활 등 동화 속 배경은 실제로 캘리포니아 만에서 이뤄지는 해저실험에서 세부적인 구성을 따왔다고 한다.
문미영 작가는 “‘바닷속 태양’을 처음 구상할 당시 SF동화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바닷속에 있는 나라, 그 속에 사는 아이들은 그저 나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상상력이었다. 그러던 중, 나의 머릿속에서 돌아다니던 상상력의 파편들이 지구 어디에선가 과학적으로 실험되고 증명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판타지는 꼭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과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 그렇게 해서 ‘바닷속 태양’은 단순한 판타지 동화에서 현실과 끈을 가진 SF 동화가 됐다”고 밝혔다.
“동화라는 건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글이 아니다. 동화라는 건 용기, 진실, 사랑 등 기본적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글이다.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글이다”라고 말하는 문미영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판타지 동화를 구상하고 있다. “도깨비와 귀신 등이 대거 나오는 동화인데, 다행히 어린이 독자들이 무섭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동화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사랑과 희망, 용기, 성장, 우정 등 가장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화를 쓰고 싶다”며.
저자는 2011년 제21회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공모에서 ‘천장 나라 꿈 공장’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푸른책들 펴냄. 1만1,000원.
정용운기자
한국스포츠 정용운기자 sadzoo@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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