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던 '종교인 과세'가 또 다시 미뤄졌다. 여야 모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교계의 표를 의식하고 있어 관련 논의는 하반기로 넘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4일 조세소위원회를 열어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 중 사례금으로 분류해 과세하자던 기획재정부는 소득세 항목에 '종교인소득'을 신설하거나 기타소득 내에 종교인소득 조항을 넣는 방안을 추가로 제시했다. 하지만 여야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자는 수준에서 회의를 마쳤다.
기재위 소속 한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방안에 대해 설명을 듣는 자리였다"면서 "아무래도 종교계 얘기도 들어봐야 할 것 같아 다음에 논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의원도 "정부가 제시한 방안을 국회에서 급하게 처리하는 것보다는 종교계의 의견을 듣는 게 먼저라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연말국회에서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4.4%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에 잠정 합의했지만, 시행시기와 과세방법 등에 대한 이견으로 법안 처리를 2월 국회로 미뤘다. 그런데 이번에도 종교계 의견수렴을 이유로 또 다시 법안 처리를 늦춘 것이다.
이 때문에 여야가 지방선거를 의식해 종교인 과세 논의를 극도로 꺼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적극 투표층이 많은 주요 개신교 보수교단과 단체들이 강력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기독교시민총연합(CCA)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국회의원과 정당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이렇다 보니 실질적인 종교인 과세 방안 논의는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한 핵심당직자는 "통상적으로 세법 개정안은 정기국회에서 세제개편안 전반을 논의하는 차원에서 다뤄진다"면서 "종교인 과세만 따로 떼어내 논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를 향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종교계와 충분히 얘기를 해왔다던 기재부가 갑작스레 세목 신설을 비롯한 몇 가지 안을 불쑥 내놓더니 '종교계 의견을 먼저 들어보자'고 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종교단체 등과 충분히 협의해 시행방안을 결정하면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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