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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구로공단 '상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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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구로공단 '상전벽해'

입력
2014.02.1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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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桑田碧海). 구로공단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1960,70년대 가발, 섬유, 봉제 공장이 빼곡히 들어섰던 구로공단은 현재 서울 최대의 첨단 산업단지로 변모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버거운 삶의 무게에 짓눌려야 했던 앳된 여공들이 있던 자리엔, 자유분방한 사고와 캐주얼한 차림의 젊은 IT 인력들이 대신하고 있다.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0년 12월 구로공단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꿨다. 경쟁력이 떨어져 문을 닫거나 해외로 떠난 옛 공장터엔 아파트형 공장들이 들어섰다. 1999년 완공된 키콕스 벤처타운을 시작으로, 수많은 IT 업체들이 입주하면서 구로는 얼굴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높은 임대료를 피해 강남 테헤란 밸리를 떠난 IT 벤처기업들까지 가세했다. 2001년 84개였던 이곳 벤처기업수는 현재 1,125개에 이른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현재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입주기업수는 총 1만1,813개. 비제조업을 제외하면 정보통신 업체가 3,743개(31.6%)로 가장 많고, 전기전자가 2,532개(21.4%)가 그 다음이다. 전체 입주기업의 절반이상이 IT업체인 셈이다.

입주업체의 누적 고용인원도 2000년 3만3,000명에서 작년 8월까지 16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예나 지금이나 구로는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임에 틀림없다.

구로공단의 변신은 지리적 이점과 정책적 지원효과가 컸다. 이 지역은 현재 지하철 1,2,7호선이 교차하고 서부간선도로와 남부순환도로, 시흥대로가 사통팔달로 이어지는 교통요지다. 또 아파트형 공장에 처음 입주하면 취득ㆍ등록세가 면제되는 등 유인요소도 많았다. 역삼동에서 2003년에 구로로 이전한 매장관리시스템(POS)업체 솔비포스의 김동민(47) 대표는 "임대료와 관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교통이 편리한 점이 가장 좋았다"며 "최근엔 소프트웨어 개발, 모바일 개발사 등 IT관련 업체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 서로 정보교류나 협업 등 시너지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오로지 공장뿐, 변변한 상가조차 별로 없던 이 곳엔 지금 대형 쇼핑몰들도 들어섰다. 구로공단 시절 의류공장이었던 곳들이 마리오아울렛(까르띠니트), W몰(원신월드) 같은 도심형 쇼핑시설로 변신하면서 많은 젊은이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 일대는 동대문시장 일대와 함께 서울 최대의 도심형 쇼핑타운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많은 직장인들은 '삭막함'을 호소한다. 단기간에 아파트형 공장이 워낙 빽빽하게 들어서면서, 쉼과 여유의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상습적인 교통 체증도 상상 이상이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던 낡은 공장은 화려한 고층건물로 변했지만, '여유 없는 삶의 전쟁터'의 면모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미숙 금천구청 지역경제과장은 "그 동안 근로자들의 여유 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문화, 여가, 생활 공간을 확충한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하는 종합 계획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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