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가 영어를 잘하고 국제적 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차기 한은 총재의 자질과 관련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인 동시에, 4년 임기 내내 한은의 국제적인 위상에만 집착해 온 김중수 총재를 겨냥한 발언인 듯하다.
윤 전 장관은 14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제언' 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최근 차기 한은 총재의 조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참 불만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만약에 그렇다면 (차기 한은 총재로) 외국인을 데려와야 한다"고 꼬집은 뒤 "중요한 것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 총재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최근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사명이 많이 바뀌었다"며 "물가를 잡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보다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해 "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며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한다는 측면에서 중립적이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한은은) 항상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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