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반발로 한때 유동적이었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이달 20일부터 25일까지 예정대로 진행된다. 또 남북의 상호 비방ㆍ중상이 중단되고, 상호 관심사를 계속 논의할 고위급 회담도 편리한 시기에 열기로 했다.
남북은 14일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재개된 고위급 접촉에서 이 같은 내용의 3개 항에 합의했다. 남북이 신뢰회복과 관계개선을 위한 '첫 단추'를 어렵사리 끼움에 따라 한미 훈련이 끝나는 4월쯤으로 예상되는 추가 고위급 접촉에서 군사, 경제 등 다양한 부문의 진전된 합의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우리 정부는 1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남북간 협의 내용을 평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우리측 수석대표로 나선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상호간 입장 차를 확인하기도 했으나, 장시간 솔직한 대화를 통해 당면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차질 없는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우리 정부 들어 처음으로 개최된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신뢰에 기초한 남북관계 발전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 1차장은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과 이산 상봉 연계 논리를 고수했으나, '신뢰의 첫 단추가 이산 상봉이며 우선 믿고 진행해야 한다'는 우리측 설득을 듣고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하신다니 그 말을 믿겠다. '통 큰 용단'으로 받을 테니 앞으로 잘 해보자'고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고위급 접촉 직전 "군사훈련 때문에 이산 상봉이 방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미 군사훈련과 관련해 북측의 체면을 세워주는 내용이 북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남북이 주요 관심 사항에 대해 격의 없이 의견을 교환했다"며 "특히 우리측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본 취지와 내용을 충분하게 설명했고 북측도 기본 취지에 이해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추가 고위급 접촉과 관련, "정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중앙통신도 우리측 발표와 비슷한 오후 5시4분쯤 3개항의 '공동보도문'과 함께 이번 접촉에 나선 대표가 국방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을 공개했다. 이는 남북의 최고 결정기관이 만나 이번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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