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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연기… 그게 가장 힘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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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연기… 그게 가장 힘들었죠"

입력
2014.02.1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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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베드신보다 일상을 보여주는 묵묵한 연기가 더 어려웠어요."

선한 인상으로 다가와 사랑을 적극적으로 고백하는 남자를 마다할 수 있을까. 그것도 널찍한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키 큰 연하남이라면. 두 말할 나위 없이 여자의 마음이 흔들릴 것이다.

영화 '관능의 법칙'에는 30~40대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하남이 등장한다. 40대 중반의 케이블 방송사 PD인 신혜(엄정화)에게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신입 PD 현승. 배우 이재윤(31)이 서글서글한 외모와 근육질 몸매도 모자라 따뜻한 배려와 마음까지 갖춘, 그야말로 여자들이 바라는 완벽에 가까운 연하남 현승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40대 세 여자의 솔직한 성 담론으로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관능의 법칙'은 이재윤과 엄정화(46)의 수위 높은 파격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직접 기획안까지 써주며 국장 자리를 양보한 오랜 남자 친구가 20대 젊은 여직원과 결혼하자 실의에 빠진 신혜. 그는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20대 현승과 하룻밤을 보낸다. 이재윤은 이 장면에서 숨겨뒀던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낱낱이 보여준다. "베드신이 있는 걸 알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TV 드라마에서 그간 보여준 이미지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염려가 됐어요. 노출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배우로서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하는 작업이잖아요."

캐나다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육상 선수로 활약한 경력이 있다. 축구, 농구 등에도 능한 만능 스포츠맨, 따라서 꾸준한 운동으로 몸매가 다져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영화는 그러나 격정적인 베드신보다 두 사람의 갈등을 부각시킨다. 그것을 통해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그런 점에서 베드신은 부수적인 장치다. 이재윤의 진가는 묵묵하게 하는 연기에 있다. 신입 PD와 유사한 모습을 한 채 보여주는, 일상에서 튀어 나온 듯한 연기가 세 여자 주인공 사이에 잔잔하게 피어 오른다.

"출연자 중 나이가 가장 어리고 또 신인 급이어서 연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너무 튀어서도, 반대로 너무 밋밋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에 최대한 차분하게 연기했죠. 그게 힘들었어요."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 이경영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지만 반대로 부담과 중압감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영화계에선 신예지만 TV로 돌아오면 경력 10년 차 정도의 연기자인지라, 선배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이재윤은 "데뷔 초기에 겪은 위기가 연기력 향상에 보탬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MBC '맨 땅에 헤딩'(2009)과 '폭풍의 연인'(2010)에 주연급으로 출연했지만 두 드라마는 시청률이 낮아 조기 종영됐다. 그 때문에 이재윤은 배우를 계속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지만 그럴수록 연기에 매달렸다. 그는 그 뒤 '내 사랑 내 곁에' '유령' '야왕' 등에 연이어 캐스팅 됐고 지금은 MBC 주말극 '황금무지개'에서 한 남매처럼 자란 김백원(유이)을 사랑하는 오빠 김만원으로 순정남을 연기하고 있다.

"'관능의 법칙'은 제게 처음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깊이 새겨줬어요. 베드신 촬영도, 영화 홍보인터뷰도, 무대 인사도 처음으로 했으니까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조영호기자 you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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