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지난해 4분기 회계처리 과정에서 수천 억원의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우건설이 회계를 조작해 1조원대 부실을 감춰왔다는 '분식회계'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대우건설 회계 감리 인원을 대폭 늘리라고 지시했다.
14일 대우건설이 전날 공개한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경' 공시자료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이 8조8,357억원으로 영업이익 1,110억원 적자, 당기순이익 6,279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당초 2013년 한해 동안 9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영업이익이 4,23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공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5,429억원의 영업손실이 추가된 셈이다.
실제 실적이 1년 전 전망과 다른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문제는 이런 손실이 작년 4분기에 대거 발생했다는 점이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매분기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누적 영업이익이 3,252억원, 당기순이익이 1,30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4분기 석 달 동안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4분기에만 영업이익 적자가 4,451억원이었고, 당기순이익 적자폭은 무려 7,817억원에 달했다.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자 대우건설이 작년 4분기 회계처리 과정에서 감춰뒀던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형회계법인 소속 한 회계사는 "실사를 해보지 않고서는 분식회계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이런 회계처리를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손실이 급증한 것은 국내에서 진행 중인 건설프로젝트 중 착공을 하지 않은 사업과 관련해 5,0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금감원이 건설분야 장기계약에 대한 감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을 반영해 다른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대손충당금이 크게 늘었다"며 "조만간 2013년 사업보고서가 공시되면 4분기 손실과 관련된 의문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대우건설이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자 감춰진 부실요인을 한꺼번에 떨어내려 했을 수 있다고 보고, 감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최근 대우건설 감리 담당 인원을 2배로 늘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이 크기 때문에 최수현 원장의 지시에 따라 최근 감리 담당 인원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감사 결과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산업은행에 대한 점검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과 산업은행 회계가 연결재무제표로 맞물려 있기 때문. 화살이 본격적으로 산업은행을 겨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외부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도 과녁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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