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의 한 고교 특수학급에 재학 중인 지적장애 2급 김모군이 친구 이모군의 지목으로 4건의 절도사건 공범(특수절도)으로 몰려 새벽 1시에 불려나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미성년자이자 지적장애인인 김군을 임의동행으로 파출소로 불러 불가피한 사유도 없고 당사자나 보호자의 동의도 없는 상태에서 밤샘조사를 했다. 또 수사기관의 위압적 분위기와 심리 위축으로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하기 어렵고 수사과정에서 방어권ㆍ진술권 등을 행사할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ㆍ장애인 피의자를 위해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뢰관계 있는 자(또는 보호자)의 동석을 거부했다. 조사과정에서 욕설과 폭행을 가했고, 현장조사를 하면서 항거나 도주 우려가 없었는데도 수갑을 채우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불필요하게 이들에게 수갑을 사용했고, 조사과정에서 욕설과 폭행을 해 신체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했고, 조사과정에 보호자 동석을 허용치 않고 밤샘조사를 해 신체의 자유와 휴식권, 수면권, 진술거부권, 방어권 등을 침해하였음을 인정, 해당 경찰관들에게 경고·주의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가정법원에서 이들에게 형사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지만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사정을 참작하여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군 측은 경찰이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한 상황에서 나온 허위자백에 의존한 '짜맞추기' 수사임을 주장하며 기소유예 처분을 다투기 위한 헌법소원과 경찰의 강압수사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에는 충북지역의 한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언어치료사가 발달장애 아동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달반 사이 왼손으로 우측 옆구리를 꼬집고, 손으로 얼굴과 귀를 잡아당기고, 목을 누르고 담요를 얼굴에 뒤집어 씌우는 등 무려 255회에 걸쳐 학대를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아이의 엄마가 수사기관에 고소를 제기하였으나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 결정이 내려졌고, 부당한 무혐의처분에 대해 항고를 제기했으나, 기각당하고 말았다.
장애인과 장애아동의 부모는 이런 사안에서 수사기관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몇마디만 나눠보면 지적장애가 있음을 알 수 있었을 텐데 경찰은 몰랐다고 한다. 지적장애를 가진 피의자를 위해 알아듣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려하지 않고,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윽박지르고 다그치면 쉽게 인정해버리는 지적장애인들의 특성을 이용해서 허위자백을 받아내기도 한다.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여성이 반항하지 않았고, 쫓아갔다고 해서 성폭력이 아니라고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형사소송법·인권보호수사규칙 등에서 규율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권보호조항은 무시되기 일쑤다.
또한 장애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힘있는 집안이었더라면 이렇게 막 대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발달장애아동은 말을 잘 듣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훈육조치가 필요했고, 그래서 꼬집고 때리고 담요를 뒤집어 씌워도 학대가 아니라고 한다. 성년을 훌쩍 넘긴 친딸을 홀딱 벗은 아버지가 목욕을 시켜도 성폭행이 아니라고 한다. 화장실도 부엌도 없이 쓰레기와 먼지가 가득한 차고에서 스티로폼 위에서 쉰 음식을 먹게 해도 학대가 아니라고 한다.
장애아동의 부모는 "억울하다, 너무 억울하다"고 말한다. 피해를 당한 장애인은 억울하다는 얘기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 억울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에서 "사람이 하늘의 권한을 대신 쥐고서 삼가고 두려워할 줄을 몰라 미세한 사건이라도 세밀히 분석하여 처리하지 않고 소홀하고 흐릿하게 하여, 살려야 할 사람을 죽이고 죽여야 할 사람은 살리기도 한다. 이거야말로 참으로 큰 죄악"이라고 말씀하셨다. 사법기관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는 사람이 없도록, 억울한 피해를 당해도 구제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죄를 지었음에도 죄값을 피해나가는 사람이 없도록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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