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의 우경화, 과거사 역주행이 끝을 모르고 질주하고 있다.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강행, 집단적 자위권 추진, 역사교과서 왜곡, 위안부 존재 부정, 독도 영유권 국제분쟁화 기도, 동해 병기 저지를 위한 외교전 강화가 그런 예다. 이러한 행보는 '강한 일본 되찾기'라는 아베의 통치철학과 그가 대변하는 우익의 철저한 국가주의 역사인식에 기인한다.
이 중에서도 일본의 독도 야욕은 집요하다. 지난 1월 28일 일본 정부는 중ㆍ고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해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로 명시했다. 이 해설서는 교과서 집필기준이자 교사의 학습지도지침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검정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출판사로서는 준수할 수밖에 없다. 이 지침에 따라 2016년부터 중학교 지리ㆍ역사ㆍ사회와 고등학교 일본사 등 9종의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땅으로 표기되게 된다. 더불어 일본 정부는 독도 교육을 사실상 의무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최근 문부과학상은 국회 답변에서 앞으로 초등학교의 학습지도요령 개정 과정에서 영토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 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어린이들이 해외에서 (독도 등과 관련된) 논쟁을 벌일 때 일본 입장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 발언은 교과서 왜곡과 영토교육의 속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어린 아이 때부터 "다케시마는 본래 우리 것"이란 의식을 내면화함으로써 독도 탈환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를 통한 독도 영유권의 현상(現狀) 변경 시도는 그 자체가 역사 왜곡이자 아동교육에 의한 정신 왜곡이다. 또 자라나는 세대에게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적개심이나 부정적 인식을 고취함으로써 양국 간의 선린․우호ㆍ협력관계를 훼손하는 비우호ㆍ반(反)평화의 조치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근거는 1905년 2월 22일의 시마네현(島根縣) 고시 제40호이다. 이는 러일전쟁의 와중에서 한국의 외교권을 유린한 가운데 나온 '은밀한 서류점령' 조치였다. 한 마디로 한반도 침략의 산물이었던 것인데, 일본은 이런 사실은 은폐한 채 여전히 독도 침탈의 미망(迷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아베 정권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입장 표명, 독도 관련 정부 홈페이지 개설, '다케시마(竹島)의 날' 행사에 내각 정무관(차관급) 파견 방침은 모두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교과서 왜곡 및 독도 도발은 명백히 대한민국의 주권 존중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전문에 명기된 "선린 관계와 주권 상호 존중의 원칙"과 "양국의 상호 복지와 공통 이익 증진, 국제 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협력" 규정에 저촉된다. 1995년의 무라야마 총리 담화에 천명된 '근린제국과의 협력', '전후처리문제 관련 신뢰 강화' 및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과' 선언, 그리고 1998년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에도 반한다. 특히 교과서 왜곡은 1965년 12월 유엔 총회의 '청소년의 평화이념 및 국민 간 상호존중과 이행의 증진에 관한 선언', 유네스코가 채택한 '국제이해ㆍ협력ㆍ평화를 위한 교육과 인권, 기본자유에 관한 교육권고'(1974)와 '평화ㆍ인권ㆍ민주주의교육에 관한 선언 및 통합실천체계'(1994∼1995) 등에 배치된다.
일본의 우경화를 고려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조용한 외교'에 머물러선 안 된다. 정부는 과거사 역주행 저지를 위한 국제공조 방안을 강구하되, 국제규범에 입각한 실효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아베 정권에 대해선 무라야마 담화의 정신으로 돌아가도록 촉구해야 한다. 독도 영유권 행사를 강화하고 관련 증거를 지속 축적하는 한편, 일본의 교과서 왜곡사례를 국제시민사회에 널리 알려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도 일본의 양심세력 및 재외동포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교과서와 독도 도발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동해 병기 법안 통과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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