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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초등학생들의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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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초등학생들의 졸업식

입력
2014.02.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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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가 지금처럼 한글 공부를 시작해서 글을 알았더라면 어머니 소원을 들어드렸을 텐데 참 죄송하고 아쉬워요. 이제는 편지도 곧잘 쓰니 시누이한테 어머니 대신 편지 쓸게요.”

이청열(73)씨는 1974년 갓 시집왔을 때 시어머니가 미국에 사는 딸에게 대신 편지를 써달라고 했던 청을 들어주지 못한 게 평생 마음에 남았다. 시어머니는 “내가 글을 몰라 딸에게 편지가 와도 읽을 수가 없었는데 이제 네가 읽어주면 되겠구나”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이씨는 시누이의 편지가 오지 않기를 매일 기도했다. 글을 읽고 쓸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이씨가 편지를 쓰기도 전 시어머니는 뇌졸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솔직히 당시에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도 컸지만 편지를 안 쓰게 된 것이 다행스럽고 기쁘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하면 시어머니에게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뒤늦게 이씨는 서울 성동문화원 글누리 교실에 등록해 한글을 익혔다. 이제는 영어 알파벳도 쓸 수 있다.

이씨처럼 초등학교 학력으로 인정되는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늦깎이 초등학생’ 512명이 14일 서초동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제3회 해오름 졸업식’을 갖는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학력인정서를 받는 학생의 97%는 50~80대의 여성으로 어려운 가정형편과 6ㆍ25 전쟁 등으로 제때 학교에 다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6ㆍ25 전쟁 당시 한쪽 손을 잃고 학교까지 그만둬야 했던 신의분(73)씨는 “공부를 못한 것이 한이 되고 한이 맺혔는데 학교를 다니니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다”며 “젊었으면 대학교까지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령 졸업생은 박순임(85)씨고, 최연소 졸업생은 베트남 출신의 쭈엉 티 리에우(25)씨다. 2014학년도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학습자는 이달 중 모집한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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