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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이생'을 꿈꾸던 진보학자, 실천하는 지성 김진균 평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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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이생'을 꿈꾸던 진보학자, 실천하는 지성 김진균 평전 출간

입력
2014.02.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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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0년 전 오늘(2004년 2월 14일)은 진보적 사회학자 김진균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경기 마석의 모란공원 민주화 묘역에 잠든 그의 묘비는 고인을 '영원한 청년, 만인의 따뜻한 벗, 민중의 스승'이라고 적어 기리고 있다. 학자로서, 사회운동가로서 민족ㆍ민중ㆍ민주의 대의에 헌신한 삶을 요약한 말이다.

고인의 10주기를 맞아 평전이 나왔다. 김진균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제자인 홍성태 상지대 교수가 집필한 (진인진 발행)이다. 출판기념회를 겸한 10주기 행사가 14일 오후 6시 서울 명동 YWCA회관에서 열린다.

평전은 고인의 개인적 삶과 공적인 활동, 학문 세계를 그가 살다 간 세월의 역사적 사회적 사건과 흐름 속에 연대기 순으로 정리했다. 홍 교수는 고인을 "민족과 민중을 위한 민주주의를 추구한 한국의 대표적 사상가"로 평가하면서 "선생의 학문과 실천을 사회 변화의 맥락에서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혔다. 1962년부터 2003년까지 41년간 고인이 쓴 논문, 평론, 칼럼 등을 토대로 '김진균론'을 제시했다.

고인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태어났다. 1968년 서울대 상대 교수가 된 뒤 1975년부터 2003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이 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학문과 실천을 병행했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한국적 사회학'의 정립에 힘썼으나 동생(김세균 현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된 1979년 크리스천 아카데미 사건을 계기로 직접 실천에 나선다. 박정희 정권이 고문을 동원해 조작한 이 사건 이후 광주 민주화 운동(1980), 해직(1980~84),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1987) 등을 겪으면서 불의에 맞서 싸우는 진보적 학자로 활동한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나서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노동조합협의회 등 노동운동을 지원했다.

진보적 학술 운동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해직 시기인 1983년 제자들과 함께 만든 상도연구실을 모태로 이듬해 발족한 한국산업사회연구회는 한국 내 진보적 인문사회과학 학술단체의 효시로 지금도 산업사회학회, 비판사회학회로 이어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그의 학문적 관심은 민주주의의 확대와 소수자 인권을 주목하는 쪽으로 깊어져 정보운동과 문화운동에 참여했다. 말년에는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른 전 지구적 획일화와 불안정 노동에 주목해 비판과 대안 모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민중이 중심이 되는 '상자이생(相資以生ㆍ서로 도우며 살아감)의 대동세상'을 꿈꿨고, 지식인의 윤리적 책임을 강조했다. 퇴임을 앞둔 2002년 12월 마지막 강의에서 그는 "학문하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있는 지식과 이론이 기층 민중의 삶에 어떤 효과를 주는가를 가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태 교수는 "선생의 학문과 실천은 궁극적으로 모두 민중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었다"고 요약하면서 "민중이 시련과 고난을 겪는 한 그의 학문과 실천은 언제까지나 깊은 현재적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지금 다시 김진균을 읽고 생각해야 할 이유라 하겠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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