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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혁명 실천… 순결한 고투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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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혁명 실천… 순결한 고투 되돌아보다

입력
2014.02.1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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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것은 고난에 찬 우리 역사로부터 민중ㆍ민족적 전통을 올곧게 이어받은 그의 숭고한 정신을 수혈하는 일이며 시와 혁명의 통일을 온몸으로 실천했던 한 인간의 순결한 고투를 통해 자본에 포섭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일이다."(시인 김경윤)

'혁명 시인' 김남주(1945~1994)가 세상을 떠난 지 13일이면 20년이 된다. 20주기를 맞아 올해는 그의 삶과 문학세계를 다시 조명하는 작업이 연초부터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1974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잿더미' 등 8편의 시를 실어 고인을 시인으로 등단시켰던 창비사가 그의 시 519편을 망라한 과 평론 모음집 를 이달 중 발간한다.

김남주가 등단할 때 '창작과 비평' 편집자였던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는 12일 열린 김남주 20주기 기념 심포지엄 '꽃 속에 피가 흐른다'에 참석해 "선명한 계급적 이분법이나 북한관 등에는 찬성할 수 없지만 시종일관한 열정과 극진한 헌신성, 비타협적 혁명정신과 불퇴전의 투쟁의지야말로 김남주 고유의 것"이라며 "그는 단순한 정치선동가가 아니라 뛰어난 언어예술가였다"고 회고했다. 염 교수는 과 를 엮는데 참여했다.

전남 해남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김남주는 전남대 재학 당시 유신 반대 지하신문 '고발' '함성'을 만들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 수사를 받았다. 8개월 만에 석방된 그는 74년 '진혼가' 등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문단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전남대 앞에서 사회과학서점 '카프카'를 운영하고 해남농민회 결성과 민중문화연구소 개설을 주도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왔으나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에 연루돼 79년 구속됐다. 이후 기나긴 투옥 생활에 들어갔는데 이 기간 동안 그는 많은 시를 썼다. 염 교수는 "500편에 달하는 김남주 시의 4분의 3 정도가 감옥 안에서 쓰인 것으로 짐작된다"며 "세계문학사상 이런 예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혁명시인 / 나의 노래는 전투에의 나팔소리 / 전투적인 인간을 나는 찬양한다 // 나는 민중의 벗 / 나와 함께 가는 자 그는 / 무장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 굶주림과 추위 사나운 적과 만나야 한다 싸워야 한다 // 나는 해방전사 / 내가 아는 것은 다만 / 하나도 용감 둘도 용감 셋도 용감해야 한다는 것 / 투쟁 속에서 승리와 패배 속에서 그 속에서 / 자유의 맛 빵의 맛을 보고 싶다는 것 그뿐이다."('나 자신을 노래한다' 뒷부분)

88년 12월, 9년여의 투옥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옥중에서 얻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투사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끝내 췌장암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김남주의 고향 후배 시인으로 김남주기념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김경윤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일상의 삶과 투사의 삶 사이의 간극에서 끝까지 괴로워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시기에 김남주는 자본주의의 모순과 일상성을 통한 자기 탐구에 몰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에는 김대현, 이성혁 등 평론가와 시인 황규관, 박철 등이 참석해 김남주의 생애와 작품 세계, 철학 사상, 그의 번역시 등을 논했다. 염 교수는 김남주의 시들이 "우리 시문학사상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첨예한 의식과 순결한 정신"을 담고 있다고 평했다.

김남주의 시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성혁은 "김남주의 시는 현장성이 떨어지고 대체로 관념적인 성찰을 통해 이뤄진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김대현은 "군부독재는 끝났지만 착취와 억압이 존재하는 한 김남주의 시는 유효할 것"이라며 김남주의 시가 갖는 동시대성에 주목했다.

김남주 추모 행사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김남주기념사업회는 15일 오전 11시 광주 망월동 옛 5ㆍ18 묘역의 김남주 묘소에서 유족이 참가하는 추모제를 마련하고 시극과 시화전, 유품 전시, 세미나 등이 이어지는 추모문화제를 9월 말 열 계획이다. 한국작가협회는 28일 서울 연희문학창작촌 미디어랩실에서 김남주 시전집과 평론집 출간기념회를 겸한 '김남주를 생각하는 밤' 행사를 열어 시인을 회고한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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