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 속에 문화재 수리 기술자들의 자격증 불법 대여가 적발되는 등 물의가 계속되자 문화재청이 '문화재 수리 체계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1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발제자들은 문화재 수리 입찰 제도와 수리 기술자 자격 제도, 수리 품셈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문화재 수리의 원칙인 전통기법 사용을 오히려 말살할 우려가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명섭 경북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현행 문화재 수리 기술자 자격시험은 1971년 도입 후 시대 변화에 맞는 개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기술자들의 전문성과 현장 적응 능력이 뒤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필기와 면접으로 치르는 현행 자격시험의 응시 자격과 평가 방식을 실무 능력 중심으로 강화할 것, 2008년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넘긴 자격 시험 운영권을 문화재청이 다시 가져오고 문화재수리안전공단을 만들어 자격 시험 주관부터 경력 기술자 관리까지 직접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문화재 수리 입찰 제도를 진단한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문화재 수리 입찰에 일반 건설 공사와 동일한 적격심사를 적용하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문화재 수리 공사의 낙찰자를 결정하는 평가 항목은 입찰 가격 80점에 수행 능력 20점으로 돼 있고, 입찰 가격의 기준은 공사 예정 가격의 88%다. 때문에 공사를 잘 할 수 있는 능력과는 무관하게 입찰가로 얼마를 써냈느냐가 당락을 좌우한다는 것. 문화재의 등급이나 공사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모든 등록업체가 입찰할 수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방안으로 전 교수는 입찰 과정에서 수행 능력 평가를 강화하는 한편 업체가 보유한 문화재 수리 기술자의 경력과 기술 수준을 평가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입찰 제도는 수리업체의 수행 능력만 평가하지, 각 업체가 보유한 기술자의 실력이나 실제로 공사에 참여하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전 교수는 또 각 수리 공사의 중요도와 수리업체의 기술 능력을 등급화해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불국사 석가탑을 수리하는 것과 지방문화재인 주택의 담장 수리에 같은 기준으로 수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김왕직 명지대 교수는 수리 품셈 제도의 정비를 촉구했다. 품셈은 특정 작업을 하는 데 드는 인력과 시간을 수량화한 것으로, 인건비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김 교수는 전통기법을 사용하는 문화재 수리는 공정이 매우 잘게 쪼개져 있어 작업에 따라 정밀한 품셈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품셈 제도는 아예 누락된 공정도 많고 직종별 인건비가 시중 노임단가와 30~50%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정확한 노임을 조사해서 품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우선 전통기법과 전통재료를 철저히 연구해 품셈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지방문화재라 해도 나중에 국가문화재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해 전통기법에 따른 인력품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방문화재 수리에는 기계장비를 사용한 품셈이 적용되고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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