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에 따른 해외사업 부실로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건설업체들이 서로 힘을 합쳐 71억달러(약 7조6,5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해외사업 수주업체로 나란히 선정됐다. 국내사간 과당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실적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12일 GS건설 SK건설 대우건설 현대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5개 건설사들은 쿠웨이트에서 총 12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정유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건설사는 국내외 업체들끼리 컨소시엄을 이뤄 작년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KNPC)가 발주한 청정연료 생산공장 프로젝트(CFP·Clean Fuel Project)의 3개 패키지에 참여해 11일 쿠웨이트 중앙입찰위원회(CTC)로부터 낙찰통지서(LOA)를 받았다.
이 사업은 미나 알 아마디(MAA)와 미나 압둘라(MAB) 정유공장의 하루 생산량을 80만배럴까지 확장하고 유황 함유량을 5%대로 낮춘 정유제품 생산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총 공사 규모는 120억달러인데, 이 가운데 국내 건설업체들이 가져올 몫은 71억2,000만달러로 전체 수주금액의 59% 수준이다.
GS건설과 SK건설은 일본 JGC와 손잡고 48억달러 규모의 MAA 패키지를 공동으로 따냈다. 세 회사는 발주금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6억600만달러(약 1조7,000억원)씩의 지분을 갖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영국의 페트로팩, CB&I와 조인트벤처를 구성해 38억달러 규모의 MAB 1번 패키지를 따냈으며 16억2,000만달러(약 1조7,200억원)의 지분을 챙기게 됐다.
34억달러(3조6,000억원) 규모의 CFP MAB 2번 패키지 공사는 대우건설, 현대중공업, 글로벌 엔지니어링업체 플루어로 구성된 조인트벤처에 돌아갔다. 세 회사의 지분은 전체 공사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1억3,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씩이다.
공사는 3월부터 2017년 11, 12월까지 총 44, 45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번 수주는 그간 문제가 돼 온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을 피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확률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건설사들은 2009~10년 해외시장에 앞다퉈 진출했지만, 낮은 가격에 수주를 한 데다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선정된 국내 5개사는 모두 이 같은 저가 수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체들이다.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4개사는 지난해 적게는 1,000억원대, 많게는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열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낙찰 업체 가운데 중국 회사가 없고 쿠웨이트의 풍부한 재정여력 등을 감안하면 저가에 수주를 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석 SK건설 상무는 “업체 간 과당경쟁이 아닌 협업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을 계기로 업체 간 협업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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