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어제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고위급 접촉을 가졌다. 지난 8일 북한이 제안해 성사된 것인데, 남북이 고위급 접촉을 가진 것은 2007년 이후 7년만이다. 북한은 '청와대 관계자'를 수석대표로 해달라고 주문했을 뿐 의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회담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양측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남북관계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당장 당국 간 대화채널이 복원됐다는 것은 그 자체가 성과다.
궁금한 것은 북측의 의도다. 청와대에 직접 대화를 타진한 데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류가 느껴진다. 지금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처지다. 한미의 대북제재는 공고하고, 유일하게 의지할 중국마저 핵실험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체제안정과 외자유치를 위한 돌파구는 결국 남한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배경이 무엇이든 북한이 의지를 갖고 대화에 나섰다면 이를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북한측 대표로 나선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전부의 2인자로 과거 여러 차례 남북교류를 추진해온 중량급 인사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 깊숙이 관여했고, 경제시찰단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 등을 이끌고 서울에도 여러 번 다녀갔다. 이번 접촉에 무게감이 실리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이미 합의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재확인하고 나아가 이를 정례화하는 것 등을 우선 제시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다 큰 틀에서 서로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터놓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금강산관광 재개,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와 5ㆍ24조치 해제 등 당장의 현안은 물론, 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을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비핵화와 정상회담을 거론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다.
한번의 만남으로, 그것도 의제를 명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시적인 성과나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계속 대화채널을 유지해가면서 서로의 불신을 줄여나가는 첫 걸음으로 이번 접촉에 임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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