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한 건 확인하는 데 적어도 10분 이상 걸려요. 반나절 동안 10건도 확인을 못했어요.”
12일 이틀째 야근 중이라는 한 손해보험사 전화영업(TM) 담당 직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려면 고객이 정보활용에 동의했는지 여부부터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문서도 아니고 과거에 상담했던 내역까지 녹취파일을 풀어서 듣고 있다”며 “벼룩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꼴”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금융당국의 반복되는 졸속 지시에 일선 보험사에서 또 한번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당국의 지시에 따라 TM영업으로 수집된 고객정보 수백만 건을 대상으로 정보활용에 동의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과정이나 방법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당국은 11일까지 보험사에 고객정보의 적법성을 확약한 최고경영자(CEO) 확약서와 함께 ‘정보활용 유효대상자 현황’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전체 현황자료를 제출한 보험사는 한 곳도 없다.
유효대상자 현황 작성에 대한 당국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보험사마다 검증방법과 대상도 제각각이다. 고객과 전화상담 후 설계사를 만나 가입한 경우에는 녹취파일에 동의 여부가 나오지 않아 서류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회사가 보유한 기존 고객정보만 확인할지, 유통업체 등 제휴사로부터 받은 고객정보도 확인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고객에게 직접 전화해 ‘정보활용에 동의하신 적이 있습니까’라고 되묻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화재 등은 행여나 불똥이 튈까 보험설계사 등 대면채널을 통해 확보한 고객정보까지 검증하고 있다. 자체 검증이 끝나는 대로 당국에 이를 보고하면 검증이 끝난 정보만 TM영업에 이용할 수 있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검증속도도 더디다. 300여명의 전속TM인력을 검증업무에 투입한 한 손해보험사는 12일 하루 종일 고작 4,000여건의 고객정보를 확인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TM영업이 재개되더라도 고객정보를 검증하느라 영업에 나설 여력이 없을 것”이라며 “자동차보험 등 TM영업 비중이 큰 곳은 영업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보험사가 정보를 불법적으로 사용한다고 보고를 하겠나”라면서 “결국 정보이용 등에 대해 고객 불만이 제기되면 그 책임을 보험사나 해당직원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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