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 마지막일 듯하다. 이번 겨울 눈 말이다. 노년기 지형인 한반도에서 빼어나게 뛰어난 풍경이란, 사실 빼어나게 수려한 글월 속에나 있다. 하지만 큰 눈 내린 산과 숲을 앞에 두면 빼어나다는 말이 무척 적절해진다. 그 풍경의 한 자락을 기억 속에 담고 싶다면 지금 숲으로 가보자. 국립공원관리공단(www.knps.or.kr)에서 대표적인 설경 탐방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 중에 오래된 절집을 품고 있는 6곳을 추려 소개한다. 평지에 가까워 남녀노소 함께 떠나는 가족 여행에 적합한 곳들이다.
오대산 월정사
월정사 가는 길은 헌걸찬 전나무 숲길이다. '월정대가람'이라고 쓴 금박 현판을 단 일주문 지나 금강교까지 약 1㎞ 흙길. 거기 1,0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다. 전나무는 군살이 없는 굳은 나무다. 눈을 덮어쓴 새하얀 잎과 거뭇한 둥치가 아름다운 모노톤의 대비를 이룬다. 숲길이 끝나는 곳에 청아한 목탁 소리가 기다리고 있다. 사스래나무, 눈측백 군락 등도 만날 수 있다. (033)339-6800
지리산 화엄사
노고단 산줄기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화엄사는 가람이 넓어 경내에서도 넉넉한 설경을 만날 수 있다. 각황전, 대웅전, 보제루 등 커다란 당우의 기왓장 검은색 골이 하얀 눈과 병치돼 절집의 정갈한 고요를 한층 깊게 한다. 절을 나서 화엄사계곡 따라 연기암까지 가는 숲길(5.9㎞)도 눈 내린 풍경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길. 천연기념물인 올벚나무, 동백나무, 서어나무, 대나무가 다양한 숲의 얼굴을 보여준다. (061)782-7600
가야산 해인사
해인사는 걸어 가야 한다. 여느 큰 절처럼 찻길이 잘 닦여 있지만 대장경천년관에서 학사대에 이르는 6㎞의 계곡길은 차창 밖으로 흘려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길이다. 단풍잎 붉은 가을 풍경이 으뜸이라 계곡엔 홍류동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겨울 설경의 매력도 결코 빠지지 않는다. 탐방로를 만들고 새로 붙인 이름은 소리길이다. 최치원이 여생을 보낸 곳으로 눈을 뒤집어 쓴 소나무의 모습이 눈부시다. 2시간 30분 소요. (055)934-3000
변산반도 내소사
일주문 앞에 있는 늙은 나무부터 눈여겨보자. 700살이 넘은 느티나무로 '할아버지 당산나무'라고 부른다. 경내에도 한 그루 더 있다. 더 오래된(1,000년생) 할머니 당산나무다. 정월대보름(14일) 당산제를 지낸다. 숲길을 지나 천왕문에 닿으면 천년 묵은 절집이 가인봉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경내를 벗어나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서 직소폭포까지 다녀오는 왕복 4㎞ 코스도 힘들지 않다. 2시간 소요. (063)583-3035
속리산 법주사
절로 가는 숲의 이름은 오리숲이다. 오리나무의 숲이 아니라 사하촌부터 절까지 거리가 오리(五里)다. 참나무가 잎을 떨궈낸 그윽한 숲길은 지금 순백의 빛깔이다. 법주사를 감싼 속리산은 소나무의 천국이다. 허리 굽은 노송이 한아름 눈을 안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화양분소와 파천, 자연학습원을 잇는 트레킹 코스(4.3㎞)의 눈 내린 화양구곡 경관도 일품이다.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043)543-3615
내장산국립공원 백양사ㆍ내장사
5,000여 그루 비자나무 숲(천연기념물 제153호)의 진녹색 푸른 빛이 눈의 흰 빛깔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여기에 아름드리 군락을 이룬 갈참나무 둥치의 검은 빛, 백학봉 위의 푸른 하늘까지 더해 설경의 절정을 보여준다. 산의 반대편 북동쪽 사면에 있는 내장사에서는 절을 둘러본 뒤 케이블카를 이용해 전망대에 올라 내장산 주요 봉우리의 설경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백양사 (061)392-7502, 내장사 (063)538-8741
유상호기자 shy@hk.co.kr
사진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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