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1일 새누리당의 반대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끝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당 소속 시도지사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나섰다. 이 자리에선 민주당만이라도 '무공천'을 강행해야 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명분론과 현실론이 맞섰지만 장단점이 뚜렷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한길 대표의 제안으로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마련한 비공개간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명분과 원칙을 따르는 것이 낫다고 본다"며 명분론에 방점을 찍었다고 한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의 무상급식 같은 메가톤급 이슈가 없으니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새누리당'으로 대비시켜 선거를 치르자는 취지다. 충남과 경북 등 당세가 취약한 일부 지역 시도당위원장들도 무공천을 주장했다. 비 수도권지역에선 "민주당 간판이 오히려 무소속보다도 반응이 안좋다"며 무공천 전략도 불리하지 않다는 정서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현실론이 앞섰다는 후문이다. 선거전의 불리를 극복할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49조6항에는 정당의 당원인 자는 무소속 후보로 등록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등은 대규모 탈당 등 무공천 시 초래될 혼란 등을 들어 공천강행을 주장했다. 이 지사는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민주당만 무공천을 한다는 것은 정당해산이나 마찬가지"라며 "전쟁을 치르는데 대대장이나 사단장 없이 어떻게 해나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지사는 "무공천을 하면 패배가 명확한 것이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시장도 "현실적으로 공천을 하게 된다면 시민들이 납득할 공천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위원장은 "우리도 눈물을 머금고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선거법개정을 추진하자는 절충안도 제기됐다. 정당인의 무소속 출마를 허용토록 해 탈당하지 않고 무공천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민주당만이라도 무공천을 하려면 제도적 보완 등 전 단계 조치가 필요하다"며 절충안을 거론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약속이행과 제도합의란 두 가지 측면이 있는 만큼 정개특위에서 끝까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약속을 안 지키는 정권의 모습을 최대한 부각시키자"면서도 "무공천으로는 일선에서 선거를 치르기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박준영 전남지사, 김완주 전북지사는 간담회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21일부터 기초단체장 및 광역ㆍ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점을 감안, 이번 주중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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