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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2연패에 신기록까지... 이상화 속에 ‘태풍, 천둥, 벼락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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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2연패에 신기록까지... 이상화 속에 ‘태풍, 천둥, 벼락 몇 개’

입력
2014.02.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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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장석주 시인의 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올림픽 2연패와 올림픽 신기록을 ‘쌍끌이’로 완성한 이상화(25ㆍ서울시청)에게 어울리는 시구(詩句)를 찾는다면 이 제격인 듯하다.

사실 이상화에게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금빛 질주는 ‘가장 쉬운 길’이었다. 기량과 기록은 물론, 멘탈 측면에서도 출전 선수 35명(1명은 기권) 가운데 단연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1년새 4차례 세계신기록 경신이 이를 말해준다. 이에 비하면 지난 시즌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시리즈 7연속 금메달 행진은 ‘보너스’에 가깝다. 그나마 경쟁 상대로 평가 받던 예니 볼프(35ㆍ독일)도 이상화에게 “존경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 상대를 존경한다는 고백만큼 완벽한 패배를 인정하는 말이 또 있을까. 이에 걸맞게 이상화는 이날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 올림픽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AP통신은 아예 경기 수시간 전에 이상화를 향해‘삼페인’을 터트렸다. 11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마고 보어의 말을 빌어 “이상화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상화의 실수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고 타전한 것이다. AP통신은 또 ‘통계를 살펴봐도 금메달은 이상화의 것’이라고 확정 보도했다.

쏟아지는 덕담과 찬사 속에도 이상화는 오히려 불안했다. 이상화는 겉으론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깨문 경험이 있어 부담감이 한결 덜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소치올림픽 개막 닷새째, 한국이 단 한 개의 메달도 건지지 못해 선수단 전체 분위기가 바닥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금메달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회 첫째 날과 나흘째 레이스에서 이승훈(26)과 모태범(25ㆍ이상 대한항공)가운데 은, 동메달 1개쯤은 가져올 수 있었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이상화는 그러나 달랐다. 흔들리지 않는 의연함과 평상심으로 1,2차 레이스 모두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때마침 한국선수단 응원석에서는 못내 참았던 ‘대~한민국’ 함성이 터져 나왔고, 태극기가 물결쳤다. 김재열 선수단장과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스페인 국가올림픽위원회(NOC)위원장도 함께 해, 힘을 보탰다. 한 관중은 “가슴 졸이지 않고 본 최고의 경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자신의 기록(36초36)에 크게 못 미쳤다는 점이 아쉬웠다. 최재석(56) 국제빙상연맹(ISU) 기술위원은 “중국의 위징이 출전했다면 (이상화에게)자극이 돼, 기록이 단축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빙상 전문가는 “경기가 열린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는 흑해 해수면과 가까워 공기저항이 큰 편이다. 테크닉 위주의 레이스를 전개하는 한국 선수에게는 불리한 곳이다. 힘을 앞세운 네덜란드 남자 선수들이 500m를 석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상화는 파워와 테크닉을 겸비해, 어렵지 않게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상화는 우승 직후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며 한국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금메달은 예상대로 손에 넣었지만 이상화의 속내를 살펴볼 수 있다면 그 속에는 분명 태풍과 천둥, 벼락이 녹아있을 것이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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