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변수도 이상화(25ㆍ서울시청)의 금빛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
‘빙속 여제’ 이상화는 완성형에 가까운 스케이터다. 유일한 약점이던 스타트까지 보완하며 잇달아 세계기록을 세웠다. 최근 2년 간 그가 뺀 몸무게가 5㎏다. 몸이 가벼워지니 자세가 낮아졌고, 사이클 훈련 등으로 하체 근육을 키웠다.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낮은 자세로 공기의 저항을 감소시키고 자신이 갖고 있는 100%의 힘을 쓸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흠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평했다.
이상화의 또 다른 장점은 강심장이다. 레이스 도중 좀처럼 흔들리는 법이 없다. 11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1차 레이스를 앞두고는 껌을 씹는 등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 취재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종목 최강자로서 자부심과 자신감이 묻어 났다.
이러한 이유로 이날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는 “당연하다”는 평가다. 대회 전 “그의 라이벌은 그 자신뿐이다. 실수만 없다면 금메달이 무난하다”는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이스 내내 돌발 변수가 존재했다. 1차 레이스는 특히 두 가지 악조건 속에 경기를 해야 했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 가장 마지막 조인 18조에 속했다. 시즌 월드컵 랭킹 1위답게 32명의 결과를 모두 지켜본 뒤 미국의 브리트니 보우와 나란히 출발대에 섰다. 그런데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8조 장홍(중국)이 37초58 만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링크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약 1년 전 이상화가 작성한 37초65의 기록을 0.07초 앞지른 것이다. 이후 16조의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마저 37초57만에 골인, 적어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만큼은 이상화 보다 빠른 스케이터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상화는 당황하지 않았다. 묵묵히 자신의 레이스만 펼쳤고 원숙한 코너링 기술을 선보이며 37초42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링크 최고 기록이 불과 3분 여만에 다시 이상화의 몫이 된 셈이다. 무엇보다 함께 뛴 보우가 기량이 뒤처져 좋은 파트너 역할을 못했지만 이상화는 혼자 레이스를 하는 듯한 악조건 속에도 파트쿨리나를 0.15초 차로 제치고 올림픽 2연패의 발판을 마련했다. 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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