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등장을 예견하고 '대처리즘'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던 문화이론가 스튜어트 홀이 별세했다. 향년 82세.
10일(현지시간) 영국 언론에 따르면 1932년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홀은 1961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으로 건너가 영문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본토의 차별에 직면한 홀은 박사학위를 포기하고 정치와 문화 연구에 몰두했다.
홀은 1960년 역사학자 E.P. 톰슨 및 문화학자 레이먼드 윌리엄스와 함께 신좌파를 대표하는 잡지 '신좌파 리뷰'를 창간해 영국 사회에 수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1960년대 중반부터는 영국 최초의 문화연구소인 버밍엄대 현대문화연구소에서 활동하면서 인종과 성, 정체성, 인종적 선입견과 미디어 등 다양한 주제로 저작을 발표했다.
1979년 대처 총리가 취임하기 몇 달 전 홀은 이론 잡지 '마르크시즘 투데이'를 통해 '대처리즘'이라는 용어를 선보였다. 당시 좌파 사회에서는 대처를 주부 정치인으로 깔보는 분위기였지만 홀은 새 시대로의 진입과 좌파의 실책이라는 관점에서 대처의 등장을 알아본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였다.
1979년부터 오픈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홀은 1997년 은퇴한 이후에는 대중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2년 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홀은 노동당 등 좌파 정치에 대한 회의를 나타낸 적이 있다. 당시 홀은 "좌파는 곤경에 빠졌다. 아이디어도, 독립적 분석도, 따라서 비전도 없다. 그저 시류를 따라간다"고 지적하면서 "좌파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정치, 교육의 효과가 있는 정치의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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