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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월 12일] '나고야의정서' 비준 받아들일 준비 돼 있나

입력
2014.02.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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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강원 평창에서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 제12차 당사국 총회가 열린다. 이번 총회에서 심도있게 논의될 나고야의정서는 CBD 하에서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라는 강제적인 국제규범을 제시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의정서가 발효되면 생물유전자원의 이용 시 해당 자원보유국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유전자원을 이용해서 발생하는 상업적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나라 제약업체가 해외의 유전자원을 이용해서 당뇨병 치료제를 만들 경우 유전자원 보유국으로부터 유전자원 이용에 관한 승인을 얻어야 하며, 아울러 치료제 판매수입의 일부를 로열티 형태로 보유국과 나눠야 한다.

글로벌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미 유럽연합(EU)과 호주, 미국의 주요 지역은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는 2015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유전자원에 관한 나고야의정서 역시 이익공유를 말한다는 점에서 시장 메커니즘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생물이나 유전자원의 보존 보다는 이용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시장 메커니즘의 기본 취지는 '넛지'에 있다. 즉, 경제적 인센티브의 넛지를 통해 환경적 성과를 제대로 달성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익공유가 실현되면 생물유전자원의 과도한 이용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원을 잘 보존하려는 보유국의 경제적 인센티브 역시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 주의할 점이 있다. 인센티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된 제도와 인프라가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과도하게 설계된 제도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원 신고의무는 기업의 새로운 제품개발이나 연구개발(R&D) 방향에 대한 정보누출로도 연결될 수 있어 이를 회피하려고 할 경우 오히려 생물해적행위가 음성적으로 증가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생물유전자원에 대한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토착 생물종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관리기관의 지정도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은 1992년 리우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협약 중 자국의 지명을 딴 의정서 두 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어 나름 실속을 차리고 있다. 기후변화협약과 생물다양성협약에서 교토의정서와 나고야의정서가 파생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일본은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미적거리고 있으며, 나고야의정서의 비준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 함께 나고야의정서에 있어서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자국의 여건과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인센티브의 제도이기 때문이다.

한자는 다르지만 비준을 거꾸로 쓰면 준비가 된다. 철저하게 잘 준비된 환경에서 비준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은 자신 지역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의 유전자원을 수집, 관리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아직 토착 생물종과 이들의 특허 관계에 대한 DB도 미비한 상태이며,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은 현 단계에서 중요하게 결정되어야 할 사항을 거의 모두 하위법령으로 돌려놓고 있다. 나고야의정서 추진여부를 검토한 일본이 국내 이용자의 유전자원 취득과 비즈니스 및 연구활동 기여 등을 목표로 비준의 졸속 시행보다는 신중한 전략을 택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는 나고야의정서 비준과 관련하여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10월 평창의 당사국 총회를 계기로 내실있는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비준 절차에 앞서 우선적으로 국내 조직과 체제에 대한 정비, 관련 인프라 구축과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고, 이를 통해 21세기의 블루오션인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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