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모굴 스키의 ‘기대주’ 최재우(20ㆍ한국체대)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결선 2라운드에서 결승선을 넘어서자마자 그대로 설원 위에 누워 버렸다. 그 동안 갈고 닦았던, 가장 자신 있었던 기술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실격됐다는 아쉬움이 무엇보다 컸다.
최재우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한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디뎠다. 최재우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파크에서 열린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결선 2라운드 경기 도중 실격됐다.
최재우는 상위 10명을 우선 가리는 예선 1라운드에서 20.56점을 기록, 15위에 그쳤지만 2차 예선에서 21.90점을 받아 2위에 오르며 총 20명이 겨루는 결선라운드에 합류했다.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결선 1라운드에서 22.11점으로 20명의 선수 중 당당히 10위에 오르며 상위 12명이 겨루는 결선 2라운드에 진출,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의 역사를 또 한 번 새로 썼다. 2라운드에서 6위 안에 들면 메달을 다투는 최종 라운드 진출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선 2라운드에서 첫 번째 에어(공중묘기) 더블 풀 연기를 마치고 회전동작으로 들어가던 도중 게이트를 벗어나 아쉽게 실격처리 되고 말았다.
최재우가 쓴 ‘소치 스토리’는 비록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았지만 그가 이날 보여준 열정과 가능성만큼은 평창 올림픽을 향한 희망가였다.
4살 때 처음 스키를 신은 최재우는 지난 2009년 15세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이름을 알렸다. 이어 2012년 2월 이탈리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프리스타일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특히 2011년부터 지난 토리노 올림픽 모굴 종목에서 동메달을 땄던 토비 도슨(한국명 김봉석) 코치를 만나면서 기량이 급상승했다. 도슨 코치의 노하우를 전수 받은 그는 하루도 빠짐 없이 노트에 정리하면서 자신을 되돌아 봤다.
최재우는 지난해 3월 노르웨이 보스에서 열린 프리스타일스키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스키 역사상 최고인 5위에 올랐고, 같은 달 스웨덴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10위에 오르며 설상 종목 최초의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나아가 지난해 국제스키연맹(FIS)으로부터 ‘올해의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최재우의 장점으로는 기술 흡수력이 빠르고 점프에 능하다는 점이다. 비록 세계적인 수준에 비해 턴 기술은 부족하지만 지금의 속도라면 4년 뒤 평창 대회에 충분히 메달권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그는 공중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한국체대 선배인 ‘도마의 신’ 양학선(22)을 만나 공중 회전 기술을 배웠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도슨 코치는 최재우에 대해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최재우는 경기를 마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쉬웠던 첫 도전이 이렇게 끝이 났다”며 “너무 소중했던 경험이었고 얻은 것이 많았다. 평창 때까지 더 많은 응원을 부탁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재우의 본격적인 도전은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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