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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박해' 다산 가문 축복 깃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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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박해' 다산 가문 축복 깃들다

입력
2014.02.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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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1762~1836) 가문이 피로 물든 한국 천주교 잔혹사의 대표적인 순교자 집안으로 떠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諡福)을 결정했는데 여기에 다산의 집안 사람이 대거 포함된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성인ㆍ성녀로 시성(諡聖)한 3명을 비롯해 이번에 시복된 5명, 그리고 향후 시복 청원될 3명 등 다산 친ㆍ인척 11명이 가톨릭의 증인이 됐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 한국에 처음 방문했을 때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며 땅에 입을 맞췄는데 바로 이 순교자의 땅에서 다산 가문이 가장 많은 성인과 복자를 배출한 것이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는 17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훈이 그 해 조선인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세례를 받았는데 그가 바로 정약용의 매형이다. 이승훈이 귀국해 처남이자 정약용의 바로 윗형인 정약종(1760~1801)에게 세례를 하는 것으로 한국 천주교가 본격화했다.

정약종을 통해 신앙을 가진 정약용은 이후 고산 윤선도의 후손으로 전라도 진산(충남 금산시 진산면)의 외사촌 윤지충에게 가톨릭을 전교했다. 윤지충은 정조 15년(1791) 어머니가 숨지자 외사촌형 권상연과 상의해 종래의 관습대로 상복을 입고 통곡하되 신주를 불태우고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윤지충은 패륜 무도한 불효자로 낙인 찍혀 권상연과 함께 전주 남문 밖 지금의 전동성당 자리에서 참수됐다. 이 사건을 진산사건 또는 신해박해로 부른다. 이번에 시복이 결정된 윤지충과 권상연은 가톨릭 신앙 때문에 국내에서 공식 순교한 최초의 인물들이다.

정약종은 4형제(정약현,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가운데 가장 늦게 천주교에 입교했지만 가장 독실한 신자였다. 주문모 신부 등 300여명이 순교한 신해박해(1791)와 신유박해(1801)를 거치면서 정약전(1758~1816)과 정약용 등 형제와 친인척이 배교했다. 정약전은 15년 동안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를 집필했고, 정약용도 18년간 강진에 유배된다.

반면 1786년 세례를 받은 정약종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중국인 선교사로 이번에 함께 시복된 주문모 신부를 도우면서 기초 신학서인 주교교리를 쓰고 한국 최초의 평신도단체 회장을 맡았다. 정약종은 순조 1년(1801) 신유박해 때 관가에 붙잡혀 서소문 밖 형장으로 끌려가 참수됐다. 현재 서소문 공원 안에 있는 처형 장소에는 '서소문 밖 순교자 현양탑'이 세워져 있다. 이번에 시복된 장남 정철상도 두 달 뒤 같은 장소에서 순교했다. 정약종이 순교한 38년 뒤인 1839년 기해박해 때는 부인 유씨와 또 다른 아들 정하상, 딸 정정혜가 순교했는데 이들 세 사람은 1984년 103위 성인품에 올랐다.

정약용의 맏형 정약현(1751~1821)의 부인은 최초의 천주교 신자로 알려진 이벽(1754~1785)의 누이다. 시복이 진행 중인 이벽은 정약현의 처남이고, 역시 시복이 진행 중인 사위 황사영은 황사영 백서(帛書) 사건의 주인공이다. 정약현의 맏딸이자 황사영의 부인인 정난주는 제주에 관노로 유배돼 38년 동안 있으면서 주위 사람들을 교화시켜 '서울 할망'으로 불렸으며 죽을 때까지 신앙을 지켜 바티칸이 인정한 '신앙의 증인'이 됐다. 이번에 시복이 결정된 순교자들은 8월로 예정된 시복식에서 복자(福者)에 오르며 5년 뒤에는 성인으로 올라가는 시성을 청원할 수 있다. 따라서 다산의 집안에서는 더 많은 성인이 나올 수 있다.

순교자들의 시복ㆍ시성에 앞장서온 차기진 양업교회사연구소장은 "조선 말 대표적인 남인 집안인 나주 정씨 가문은 당시 신학문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천주교를 적극적으로 믿어 순교자를 많이 배출했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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