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으로? 아니면 실수로?
광주시가 6ㆍ4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운태 광주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인터넷 언론매체에 배포한 데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강 시장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정리한 보도자료를 뿌린 광주시 대변인실 내 뉴미디어팀 직원 2명을 불러 보도자료 배포 경위 등을 조사했다.
현재 선관위의 조사 초점은 이들이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에 맞춰져 있다. 현행 선거법(86조)은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를 조사하거나 이를 발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행위 자체만 놓고 본다면 선거법 위반 소지는 높아 보인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담당 직원이 일부 인터넷 신문 기자들의 요청을 받고 최근 모 월간지에 보도된 기사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어 이메일로 전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에서 보낸 정식 보도자료가 아니라 단순 '참고자료'라는 것이다.
그러나 직원이 기자들에게 보내 이메일 제목엔 '강운태 시장, 각종 여론조사서 후보적합도 1위 외 3건 보도자료 송부 드립니다'라고 보도자료임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시가 이번 사건의 파장이 '윗선'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담당 직원의 단순 실수로 몰아가기 위해 거짓해명을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모 월간지가 보도했다는 기사도 애초 시가 만들어서 보내준 보도자료였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전직 기자 출신인 담당 직원이 타 언론사의 기사를 무단 전재하거나, 이를 보도자료로 재활용해 배포하는 행위가 위법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라는 추정에서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뉴미디어팀에서 복사해 간 사무실 컴퓨터 하드웨어에 대한 조사를 통해 문제의 보도자료가 작성된 시점과 이 자료가 누구에게 전송됐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간지 기사를 베껴 기자들에게 전달했다는 광주시의 해명이 사실인지 여부를 통해 윗선 의 선거 개입 지시 여부까지 확인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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