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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률 58%… "못 살겠다" 33개 도시서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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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률 58%… "못 살겠다" 33개 도시서 봉기

입력
2014.02.1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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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보스니아) 전역이 반정부 시위로 들끓고 있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도 강하게 비판했고, 지난달엔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글로벌 리더들이 모인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논의됐지만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그 문제. 바로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것인데, "더 이상 이대론 못 살겠다"는 서민들의 분노가 보스니아 하늘을 뒤덮고 있다.

경제난에 들불처럼 번진 시위

보스니아의 경제난에 분노한 시위대가 폭발한 건 지난 5일. 보스니아 북부 도시 투즐라에 있는 목재공장 등 4개 국영기업이 민영화에 실패해 파산신청과 함께 밀린 임금지급을 중단하면서 시위는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1만명은 해고 통지를 받았다.

시위는 갈수록 거세졌다. 시위대 중 100명의 청년은 7일 투즐라 지방정부 청사에 난입해 가구와 TV 등을 창문 밖으로 던지고 청사 1층에 방화를 저질렀다. 청사 밖에서 시위 중이던 7,000명은 이들 청년을 격려했으며 소방차의 진입을 막는 등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했다.

투즐라에서 시작된 이번 시위는 수도 사라예보와 인근 모스타르, 중부 도시 제니차 등 33개 도시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사라예보의 대통령 관저 일부가 불에 탔으며, 제니차에서도 시위대가 공무원 소유의 차량 여러 대를 강으로 밀어 빠뜨렸다. 현지 경찰이 최루탄 등을 쏘며 강제 해산에 나서는 과정에서 전국에 걸쳐 부상한 이들이 모두 200명에 육박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일단 시위는 9일을 기점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 수백 명의 시위대는 이날 오전 사라예보의 일부 교차로 등을 막고 대통령 관저로 몰려가 지난 시위 때 연행됐던 이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지난번처럼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폭발할지 모른다고 외신들은 경고했다.

잘못된 민영화의 후폭풍

이번 시위의 1차 원인은 민영화 실패에 있다는 지적이다. 투즐라에 있던 국영기업을 민영화했지만 새로운 기업주가 자산을 팔아 치워 파산했다. 투즐라 국영기업 노동자들은 수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고, 사회보험료도 체불됐다. 중산층은 와해되고 노동자들은 더욱 빈곤해진 반면 몇몇 재벌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거대한 사회적 인식의 공감대가 결국 도화선이 됐고 다른 도시들이 연대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우크라이나 야권의 반정부 시위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시위대는 "우리는 바꿀 수 있다"는 구호를 외쳤으며, 보스니아 언론들은 이를 '시민봉기' 또는 '보스니아의 봄'으로 규정했다. 이번 시위는 보스니아 내전(1992~1995년)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유혈시위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생존문제 앞에 민족갈등도 '옛말'

옛 유고 연방이던 보스니아는 1990년대 공산주의 정권 붕괴와 독립 내전을 치르면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1995년 20만명의 희생자를 초래한 내전 종식 이후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계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연방 및 세르비아계인 스르프스카공화국의 1국 2체제가 됐다.

2체제는 대통령과 정부, 의회를 별도로 두고 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연방은 크로아티아계와 세르비아계, 보스니아 무슬림을 대표하는 대통령 3인이 8개월씩 돌아가면서 통치하고, 스르프스카공화국에도 대통령이 따로 있다. 복잡한 행정체계 외에도 380만명 전체 인구 중 보스니아계(48%), 세르비아계(37%), 크로아티아계(14%)가 뒤섞여 있는 탓에 민족갈등도 오랫동안 지속돼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민족갈등도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선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현재 보스니아의 실업률은 공식 통계가 27.5%. 하지만 체감지수는 이 보다 훨씬 높은 44%에 달한다. 특히 15~24세 청년 실업률이 57.5%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월평균 수입은 420유로(61만원)로 발칸 반도에서 가장 가난하다. 옛 유고 시절 광산업과 화학산업으로 호황을 누렸던 투즐라가 과거 산업 중심지에서 이젠 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 곳의 실업률은 무려 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종족을 넘어 민생보호에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동시 다발로 들고 일어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제사회 "상황 악화하면 개입"

보스니아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자, 국제사회가 한때 팔을 걷어 부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이 재정지원을 위해 2012년 중반 고위급 회담을 시작한 것이다. EU가 투명성을 담보할 개혁을 요구했지만 인종별 정치시스템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4월엔 보스니아 대통령 가운데 한명인 지브코 부디미르 대통령이 권력남용과 범죄 공모, 마약거래,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는 등 만연한 정치 부패도 보스니아를 수렁으로 내 몰고 있다.

이렇듯 '정치 무능'에 빠져 있는 보스니아에는 내전 종식을 합의한 '데이튼 평화협정'에 따라 치안유지를 위해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주둔하고 있다. 나토군 소속 오스트리아 병력 대표는 오스트리아 일간지 쿠리에르에 "상황이 악화하면 질서 유지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으나 그럴 뜻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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