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된 건설사들이 주식시장에서 줄줄이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다음달 말까지 자본확충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데, 법정관리 중인 회사들이라 그 안에 인수합병(M&A)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장폐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거래소는 자본금 전액 잠식으로 동양건설산업의 거래를 상장폐지 요건이 해소될까지 정지시킨다고 밝혔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해 매출 1,848억원, 영업적자 1,077억원, 당기순손실은 1,143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기준 자산총계(3,414억원)에서 부채총계(4,066억원)를 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652억원을 기록해, 자본금(602억원) 잠식 상태가 됐다. 회사 측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대손충당금 증가와 보증채무 등에 대한 충당채무 설정 때문에 손실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르면 동양건설산업은 2013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일인 오는 3월 말까지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된다.
앞서 5일 벽산건설도 전액 자본잠식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벽산건설은 지난해 2,83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자본총계(-1,383억원)가 자본금(682억원)을 두 배 이상 잠식했다. 벽산건설 역시 3월 말까지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상장폐지가 불가피하다.
지난달 채권단 추가 출자전환 무산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건설도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3월 말께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이 회사들은 M&A 등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자본잠식을 해소할 계획이다. 중동계인 아키드컨소시엄의 M&A가 무산된 벽산건설은 6일 공개입찰경쟁을 재추진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시한이 촉박한 데다 M&A 여건도 여의치 않다. 현재 세 회사를 포함해 매물로 나온 건설사는 남광토건 범양건영 성원건설 LIG건설 등인데, 진척을 보이는 곳은 거의 없다. 더욱이 동양건설과 벽산건설은 M&A 이슈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뛰어들었다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가 확정될 경우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을 하는 등 법정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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