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유화공세는 본질적 변화가 아닌, 지난해 말 이후 조성된 위기국면 돌파를 위한 '단기 꼼수'라는 분석이 나왔다. 장성택 숙청과 착취적 대중 무역구조를 바꿔보려는 김정은 체제의 움직임에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것에 대비, 남한을 '달러 박스'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은 10일 내놓은 정세분석 자료에서 '정권 공고화를 위한 김정은의 단견에 따른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졌으며, 최근 움직임은 경제ㆍ핵 건설 병진노선을 유지하기 위한 일시 방편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장성택을 숙청하며 '헐값에 자원을 팔아 넘긴 매국행위'를 지목한 김정은 정권이 올해 신년사에서 '천연자원 보호'를 주요 정책 지침으로 제시한 것에 주목했다. 이런 지침이 실제로 시행돼 대중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무역탄, 철광석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 남한과의 경제협력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대광 연구위원은 "유화공세를 펴면서도 우리 정부의 '가시적 비핵화 조치' 요구에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협 활성화만 촉구하는 것은 전략적 수세 국면 탈출구로서 '남한 활용'의도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북한의 대중 무역 구조를 거론하며, 대남 평화 공세가 중국 이외의 외화 조달원 확보에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이날 내놓은 북한경제리뷰 자료에서 북한의 핵심 수출품목인 무연탄(수출가격 90.1달러/톤ㆍ국제가격 100.6달러/톤)과 철광석(104달러/톤ㆍ144달러/톤)이 국제 시세보다 각각 10%와 28%나 싸게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간 대중 무연탄 수출액(12억6,000만달러)과 철광석 수출액(2억7,000만달러)을 감안할 경우, 북한이 2013년에만 불평등 교역구조로 2억 달러 이상 손해를 봤다는 분석이다. KDI는 "장성택 숙청과정에서 북한 당국의 비난 선전으로 대중 교역에서 커다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최단 기간 내에 외화 확보가 가능한 대안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대안은 남한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