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민심의 향배에 특히 관심이 모아지면서 광주와 전북에서 꾸준하던 '안철수신당'(이하 안신당)의 인기가 최근 하락세라는 지역 보도가 잇따랐다. 지지도라는 게 본시 오르락내리락 하는 거라 일희일비할 바 아니지만, "최근 하락세는 조짐이 이상하다"는 게 현지 분석이다.
후보단일화가 최대 이슈였던 지난 대선부터만 쳐도 1년, 50% 지지율 후보의 서울시장후보직 양보라는 파격적 정치행위로부터 치면 3년 째 '안철수'는 대한민국 정계의 최대 변수다. 곧 출범하는 안신당에 한두 가지 질문 겸 당부코자 한다.
안신당이 호남 민심 얻으려면 영남과 수도권에 진력하라. 호남은 자신들의 정치적 대변자로 기존 민주당의 단순 대체세력을 원하는 게 아니다. 안 의원은 최근 전주를 찾아 "전북에서부터 묻지마 투표를 고쳐달라"고 했다. 민주당 대신에 안신당 지지해달라는 거라면 또 다른 지역주의 아닌가? "우선 당장 빼먹기는 곶감이 좋더라"는 격으로, 여론조사 괜찮게 나온대서 특정 지역에 기대는 것, 새정치 아니다. 지역이 아니라 계층에 기반해야 새정치에 가까울 것이다.
최근 20년 간의 큰 선거에서 표출된 호남의 '전략투표'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안신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실제 득표율로 연결되지 못할 가능성, 대단히 높다. 직설컨대, 박원순 서울시장의 수성이 위태로워질 경우 호남을 비롯한 새정치 열망층의 안신당 지지율은 하락 반전할 것이다. 안철수와 박원순은 새정치의 상징인데, 둘은 지지층이 겹친다.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간의 호남표심을 정리하자면, 내 고장 인물로 누구를 키워줄 것인가 보다는, '민주'의 관점에서 전국적 판세 봐가며 세력을 만들어주거나 주저앉혀왔다. 그게 호남의 정치의식이다. 그런 점에서 영남의 '묻지마 몰표'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 행간을 읽지 못하면 누구도 호남을 얻지 못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호남 출신 한화갑이나 정동영후보 말고 노무현을 띄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호남 출신으로 중앙 정계에서 제법 이름 날리던 박상천‧정균환의원을 주저앉힌 데에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안신당이 영남과 수도권에 집중하면 호남은 그에게 응답할 것이다. 안신당이 진정 지역구도 타파를 원한다면, 승패를 떠나 영남에서도 똑같이, 아니 오히려 더 강도높게 부딪혀야 설득력을 얻는다. 행동으로 감동을 주지 못하는 새정치는 구호에 불과하다. '바보 노무현'을 기억하면 이해가 쉽겠다.
야권연대를 강조할수록 민주당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그래서 '반(反)-비(非)새누리' 세력의 빅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이다. 이해관계 때문에 잡음과 후유증이 불가피한 후보단일화보다는, 지역별 선거구도를 감안해 전략적 무공천협력 해보자는 것 일게다. 게도 구럭도 다 잃은 채 새누리당에 어부지리 안기지 말자는 고육책으로 읽힌다. 본질적으로 후보단일화와 다를 게 없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에서는 솔깃할 것이다. 그러나 빅딜에 성공한다 해도, 나눠먹기 비판에 뭐라 답할 것인가.
안신당이 정녕 새정치 하겠다면 호남에서 눈을 돌려 수도권과 영남에서 건곤일척 분투하는 게 명분에도 맞고 선거전략으로도 효과적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간지대 사람들을 얻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만으로는 새정치, 성공 못한다. 확실하게 이쪽이나 저쪽인 사람들까지를 끌어와야 '불판'을 바꿀 동력이 생기고, 새정치도 성공한다. '죽은 자식 뭐 만지기'지만, 안철수의원이 지난해 재·보선 때 부산에 출마해 새누리당 김무성후보와 겨뤘다면 승패에 관계 없이 그의 정치적 비중과 '결기'에 대한 평가는 지금과 사뭇 달라져있을 것이다. 안신당이 이번에 호남과 호남 이외의 한두 곳, 즉 수도권과 영남에서 이긴다면 6월 지방선거는 '안철수 대첩'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기지 못해도 실망할 바는 아니다. 선거는 이번 한번이 아니다. 2016총선과 2017대선이 진짜 격전지다. 그 때 새정치가 제대로 평가받는다.
이강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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