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공공기관 개혁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 간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공공기관 개혁을 노조가 방해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자, 노조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무력화하겠다며 맞섰다. 양 측이 강경대결로 치달을 경우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치른 채 공공기관 개혁 실현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정부가 기관별 특수성을 고려해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의 언급은 경영평가 거부 등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공공기관 노조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라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통해 정부가 노조의 어떤 저항에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공기관 개혁을 과단성 있게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표를 얻는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철도노조 파업처리 과정에서 여론의 지지를 확인한 정부가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 과정에서 노조가 반발하자 이번에도 원칙적 대응을 고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개혁 실무 지휘자인 이석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개혁작업을 노조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개혁 드라이브에 더욱 박차를 가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이 차관은 "정부는 정책 부채를 줄이고 방만경영을 감축하기 위한 것이라면 노조의 제안을 언제라도 수용할 용의가 있다"며 "개혁 추진과정에서 노조의 협조를 구할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라도 대화에 나서겠지만 경영평가 거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개혁 대상으로 선정한 38개 공공기관에 대해 한 묶음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필요한 갈등을 증폭시킬 뿐 아니라 기대했던 개혁효과도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개별 공공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해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별로 부채 성격이 다른데 획일적으로 방만경영으로만 몰고 간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와 공공기관 노조의 파국적 충돌을 피하려면 힘 있는 정부가 먼저 문제에 대해 정확히 접근해야 하는 데 현재 공공기관 개혁 방향은 부채감축은 뒷전이고 '노조를 손 보겠다'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보여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또 공기업의 과도한 처우만 부각시켜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것도 합리적 해결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정부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국회차원의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는 부정적이다. 이 차관은 "지난해 국감 때 여야모두 공공기관 개혁의 시급성에 공감했고, 사전에 개혁방향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도 충분히 거쳤다"며 별도 합의기구 설치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전성인 교수도 "충돌을 피하기 위해 노조의 제안도 고려할 가치가 있지만,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하는 현 정치상황에서 국회차원의 사회적 합의기구가 제대로 된 해법을 낼 확률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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