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메달 밭'은 쇼트트랙이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을 시작으로 매 대회마다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23개 가운데 쇼트트랙에서만 20개가 나왔다.
그러나 2010년 밴쿠버 올림픽부터 이상 조짐을 보였다. 이정수가 남자 쇼트트랙 1,000m, 1,500m에서 금메달 2개를 땄을 뿐 여자 쇼트트랙은 노 골드에 그쳤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6개를 쓸어 담은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경쟁 국가들의 발전 속도는 빠른 반면 한국 쇼트트랙은 정체됐다.
쇼트트랙 대표팀이 러시아 소치를 '약속의 땅'으로 삼고 명예 회복을 노린다. 윤재명·최광복 코치가 각각 이끄는 남녀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부터 소치 올림픽 메달 레이스를 펼친다. 선봉에는 '차세대 여왕' 심석희(17ㆍ세화여고)가 선다.
심석희는 2012~13, 2013~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서 10차례나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외국 선수들과의 거친 몸 싸움을 가뿐히 이겨낼 뿐만 아니라 초반부터 레이스를 주도하며 선두 자리를 좀처럼 뺏기지 않는다. 또 쇼트트랙에서 가장 중요한 코너워크와 체력을 모두 갖췄다.
심석희는 김아랑(19ㆍ전주제일고), 박승희(22ㆍ화성시청)와 함께 10일 오후 7시27분 여자 500m 예선을 치르고, 8시35분에는 3,000m 계주 준결승에 나선다. 계주에는 조해리(28ㆍ고양시청)와 공상정(18ㆍ유봉여고)이 힘을 보탠다.
남자 대표팀은 1,500m에서 한국의 이번 올림픽 첫 금메달 획득을 노린다. 6시45분 예선을 시작으로 9시11분 결승까지 한 번에 진행한다. 신다운(21ㆍ서울시청), 이한빈(26ㆍ성남시청), 박세영(21ㆍ단국대)이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와 금메달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남자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병상에 누운 노진규(22ㆍ한국체대)를 생각해서라도 '금빛 질주'를 다짐하고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올림픽 전 프랑스 퐁트 로뮤에서 보름 가까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해발 1,800m 고지대에서 가쁜 숨을 참아가며 심폐 지구력을 단련한 만큼 이제 결실을 이룰 일만 남았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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