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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의 학생운동은 창업 실패해도 재기하도록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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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의 학생운동은 창업 실패해도 재기하도록 도와야"

입력
2014.02.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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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서 동영상을 볼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재생프로그램은 '곰(GOM) 플레이어'다. 전세계 PC를 지배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미디어플레이어'가 있고,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들도 자체 동영상플레이어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래도 곰플레이어의 아성은 굳건하다. 전 세계 모든 동영상 형식을 지원하는 막강한 기능 때문에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소프트웨어인 곰플레이어를 만든 사람은 배인식 그래텍 창업주다. '개인에 의존하는 회사는 발전이 없다'며 지난해 4월 돌연 회사를 떠났던 그가 청년들의 창업지원자로 돌아왔다.

배 씨는 모교인 국민대와 손잡고 전공, 연령, 성적 불문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지암 이노베이터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그는 이 곳에서 총장 자문위원 겸 스튜디오 자문위원이란 직함으로 전체 운영을 총괄하는데,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배 씨는 "작년에 은퇴하고 한 달 뒤 유지수 국민대 총장님과 학생들의 취업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며 "9월에 만들었고 이달 중 2기생을 뽑는다"고 말했다.

배 씨는 학생들의 창업지원을 '새로운 학생운동'으로 봤다. 그는 "1980년대 학번들의 학생운동이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한 민주화 운동이었다면, 창업은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에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요즘 세대들의 학생운동"이라며 "젊을 때 할수록 실패해도 빨리 재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 씨는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소프트웨어 개발능력과 자신감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들이 학점 위주의 이론만 가르치니 공대생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줄 모른다"며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이야말로 창업희망자들에겐 일종의 기본체력 같은 것인데 이게 없는 학생들은 창업은 커녕 취업도 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배 씨는 과거 대학 동아리나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처럼 1 대 1 교습체계를 도입했다. "악기와 소프트웨어는 잘 다루는 친한 형이 있으면 금방 배운다"는 게 배 씨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배 씨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이전에 개인휴대단말기(PDA)에서 작동하는 '팜 골프'라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었던 천재개발자 박범서씨를 산학협력 교수로 초빙했다. 박 교수는 배 씨가 1980년대 회장을 지낸 전국대학컴퓨터연합서클(UNICOSA)과, 배 씨가 1991년 삼성전자 재직 중 만든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 출신이다.

스튜디오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학생들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온라인 장터 등에서 판매하는 경험을 최대한 빨리 하게 해주는 것. 그는 "학생들이 모바일 앱을 직접 개발해 판매하면 역량뿐 아니라 자신감도 크게 향상된다"며 "내년에 상용화 소프트웨어를 여러 개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배 씨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수 많은 일터를 만드는 창업이야말로 진정한 창조경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엔 제도적 걸림돌도 많은데, 그 중 창업회사 대표에게 부과되는 가혹할 정도의 재무적 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창업투자회사에서 대표에게 연대보증을 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투자가 아니라 사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재기 불가능할 정도로 창업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문제"라며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중 80%가 실패하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점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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