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앞으로 다가온 청와대 업무보고를 앞두고 국세청의 고민이 깊다. 핵심은 올해 세무조사 운영 방향.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내내 '세금 폭탄' 논란에 시달리며 뭇매를 맞아온 만큼 어떤 식으로든 세무조사를 축소해 민심을 달래야 하는 처지. 하지만 작년에 세수가 8조원이나 구멍이 나면서 성장률까지 갉아먹은 마당에 마냥 풀어줄 수만도 없어 보인다.
9일 세정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달 20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세무조사 방향을 보고한 뒤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통해 세부 내용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일단 큰 가닥은 세무조사 완화 쪽으로 잡힌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하반기 세무조사 강화에 대한 거센 역풍을 견디지 못하고 세무조사 대상과 기간 축소 등의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 올해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만큼 상징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자칫 국세청이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 목표건수를 예년 평균치(1만8,000건) 이하로 낮춰 잡고, 작년에 대폭 늘렸던 세무조사 인력(400명)을 다시 축소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과세불복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수 구멍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대폭 완화해줄 수도 없다. 국책연구소 한 관계자는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 0.9%)이 1% 아래로 주저앉은 이유 중 하나가 국세 수입 차질에 따른 정부투자 감소였다"며 "올해도 세수 부족이 불가피한 만큼 세무조사를 크게 줄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세세입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마련해야 할 재원으로 4조7,000억원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비록 당초 정부가 내놓은 연도별 계획(5조5,000억원)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정부가 이례적으로 예산안에 구체적인 액수까지 명시하면서 국세청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관세청 몫(1조1,000억원)을 제외하면 국세청이 책임져야 할 몫이 3조6,000억원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선량한 납세자는 달래주되 대기업의 역외탈세,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 등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등의 이원화 전략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최근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대한 세금 추징이 본격화하면서 대기업 만이 아니라 영세 납세자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어서 양자를 절충하는 해법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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