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다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3000억 대출 사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다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3000억 대출 사기

입력
2014.02.09 18:32
0 0

● 모두가 피해자?국민·하나·농협은행 "정상 거래… KT 책임져야"KT ENS 개인비리로 몰며 "은행이 대출서류 검증 소홀"● 금융회사끼리도 다툼하나 vs 두 증권회사 보증 의무 싸고 공방 벌여신디케이트론 국민-농협은 책임 비율 놓고 서로 맞서

KT ENS 직원이 연루된 3,000억원대 대출사기를 놓고 관련 업체들이 모두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기 피해 은행들은 "모두 정상적인 거래였다"며 KT ENS와 함께 모기업인 KT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KT ENS 측은 "직원 개인비리로, 우리도 피해자"라고 맞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 피해액이 4,000억원대로 확산될 수 있다며 피해 은행 직원이 공모했는지 여부에 중점을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ㆍ하나ㆍ농협 등 2,000억원대 사고를 당한 은행들은 2009년 첫 대출을 시행할 때부터 정상거래였다고 주장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각종 협약서, 법인 인감 등 모든 서류가 정상적인 것으로 확인했고, 외상매출채권 역시 KT ENS 법인 도장이 찍힌 만큼 피해액의 지급 책임은 1차로 KT ENS가, 모회사인 KT가 2차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고, 하나은행 측도 "문제를 일으킨 직원을 채용한 회사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 은행들의 부실심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정황이다. 대출 신청시 담보 적절성, 회사 규모 등을 감안해 심사를 하는데, KT ENS에게는 회사매출 규모(2012년 기준 5,006억원)에 비해 과도한 대출이 이뤄졌다. KT가 모기업이어서 여신심사가 소홀했다고 감안하더라도 대출액이 너무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KT ENS나 협력회사들에 대한 현장 실사나 담당 임원 직접 면담을 거치는 일반적 대출절차만 지켰어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 ENS 측은 대출서류 검증에 소홀한 은행 측의 잘못이 큰 만큼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KT ENS 관계자는 "2011년부터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이 의무화돼 있는데도 수기로 작성된 세금계산서에 의존해 거래를 했다"며 "100억원 이상 지급 보증건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개하는데 은행들이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금융회사들끼리도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우선 1,624억원 대출 손실을 본 하나은행에게 400억원대 보증을 선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매출채권이 위조됐음을 알지 못한 이상 두 증권사는 보증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두 증권사는 "대출 담보인 매출채권이 허위가 아니라는 전제로 보증을 선 것이기 때문에 담보가 가짜면 계약도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통해 KT ENS 측에게 대출했는데, 책임비율을 놓고 맞서고 있다. 양 은행이 참여한 '은하수1·2차'자산담보부대출(ABL·Asset Backed Loan)은 농협은행이 일으켰으며, 국민은행이 참여해 1대1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경찰과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이 KT ENS 직원과 납품업체 공모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고 연루된 금융사의 내부 직원이 개입한 일부 정황을 파악해 조사하고 있다. 피해액도 4,000억원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