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법원의 1심 무죄판결이 2월 정국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6ㆍ4 지방선거의 전초적 성격을 지닌 새해 첫 임시국회부터 여야가 전면 대치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김 전 청장 판결을 '정권 차원의 수사방해 결과'로 규정,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 카드로 압박하면서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까지 시사하는 등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 문병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9일 '특검의 시기와 범위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고 한 여야 대표ㆍ원내대표 간 4자 회동 합의문을 근거로 "새누리당은 특검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는 회담에 응해야 한다"며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과 국회 의사일정에 관한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 주재로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특검 관철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전면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주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한 데 이어 10일 대정부질문에서도 거센 대정부 공세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의 총력전 움직임은 우클릭 정치혁신에 따른 내분 조짐을 무마하면서 당력을 결집, 특검 정국으로 끌고 가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민주당의 강경노선은 2월 국회를 넘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반면 새누리당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고 재판 무력화를 시도하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면서 민주당 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야권의 특검 요구를 "3권 분립을 부정하고 사법부를 모욕하며 사법적 정의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주장"이라고 일축하는 한편, 민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 시사에 대해서도 "민생을 볼모로 한 협박"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장관 해임 건의안도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새누리당은 정부의 주요 정책을 뒷받침하는 입법 활동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주 강창희 국회의장을 만나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과 관련해 조속한 입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오는 7월부터 어르신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기초연금법안과, 대표적 창조경제 법안으로 알려진 과학기술기본법안, 우주개발진흥법안 등이 주요 처리대상이다. 하지만 특검 도입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가팔라질 경우 여야 합의 처리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또 2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한 국정원개혁법안과 정치개혁법안 등 여야 간 쟁점법안 외에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 민주당은 '경제민주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민생법안 처리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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