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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월 10일] 청와대에 '알아서 기는 모습' 보인 국가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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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월 10일] 청와대에 '알아서 기는 모습' 보인 국가인권위

입력
2014.02.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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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민간인 불법사찰 재발방지 대책에 소홀한 청와대 조치를 스스로 묵인한 의혹이 드러나 반발을 사고 있다. 인권위는 2012년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지자 직권조사를 벌여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개입했다고 결론짓고 지난해 2월 재발방지책 마련을 권고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민간인 불법사찰은 근절돼야 하며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달랑 두 문장 짜리 회신을 보냈고, 이에 청와대가 불법사찰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일자 인권위는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지금까지 재회신을 보내오지 않았는데도 임의로 수용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인권위 내규에는 피권고 기관이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을 낼 때만 수용 결정을 하도록 돼있다. 더욱이 인권위는 홈페이지에 권고안 처리 여부를 밝히도록 돼있으나 이 안건만 이례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인권위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ㆍ행정ㆍ사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기능하도록 보장된 국가기관이다.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나 인권위는 2009년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독립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과 충돌되는 사안에 대해 정권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비판이 시민단체들로부터 제기돼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농성 중인 주민들의 통행제한 해제 긴급구제 요청에 "인권침해가 계속될 가능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진주의료원 환자들이 의료원 폐쇄로 생명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낸 구제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1년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원의 크레인 농성 때는 "빵과 음식물이 제공됐다"는 이유로 구제 요청을 기각했다.

오로지 인간의 존엄과 가치만을 보고 판단해야 할 인권위가 이념에 편향되거나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다. 현 위원장은 최근 방송인터뷰에서 "인권위의 생명은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에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걸맞게 인권위가 사회적 약자의 인권수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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