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이유 없이 타인에게 적대감 보여…
유명인사가 자기 집에 은밀히 와 달라고 해서 사연을 물으니 일단 오라고만 한다. 그들의 입장과 체면을 잘 알기 때문에 군말 없이 방문했다.
나를 보자마자 그는 입단속을 부탁한 다음 본론을 꺼냈다. 대학생 딸이 여름부터 툭하면 짜증을 내고, 저 친구는 저래서 싫고, 이 친구는 이래서 싫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해서 교우관계가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젠 부모와 동생한테도 적대감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휴학을 하고 정신과 치료도 받아 보았지만 증세는 갈수록 악화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요즘은 집에만 있는데 불도 켜지 않고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때로는 책상 밑에 들어가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이야기가 대충 끝나자 그는 먼 친척처럼 행동하라고 주의를 준 다음 딸의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이름을 부르며 살갑게 다가가도 묵묵부답이다. 다시 한 번 이름을 부르니 적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째려본다. 나도 눈을 부릅뜨고 째려보았더니 온갖 잡귀들이 우글거린다. 계속 보니까 하나둘씩 고개를 숙였고, 딸도 얼굴을 방바닥으로 고정시켰다.
“네 마음 너도 모르겠지.”
“…”
“괜히 사람이 싫지.”
“…”
“너를 괴롭히는 잡귀만 쫓아내면 다시 학교도 갈 수 있어.”
“잡귀라고요?”
잡귀라는 말이 나오자 첫 반응을 보인다. 잡귀와 싸움서 내가 승기를 잡은 것이다. 다음날 딸만 데리고 산속의 굿당으로 가서 불도 피우고 관운장의 청룡도 휘두르며 위협했더니 잡귀는 줄행랑을 쳤다. 잡귀가 몸에서 도망가자 딸은 이모라며 내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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