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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차 214대 팔아도 처벌 못하는 '법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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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차 214대 팔아도 처벌 못하는 '법의 허점'

입력
2014.02.0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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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당국이 5년여 간 '대포차' 200여대를 판매한 불법 매매업자를 적발하고도 처벌할 규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상 대포차를 양수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매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자신 명의인 차를 판 뒤 명의 이전을 하지 않은 경우 처벌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납치, 강도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큰 대포차 매매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대포차 규모는 2만1,000여대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청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차량등록부상 명의자와 실제 소유자가 다른 대포차를 대량 판매한 박모(64)씨를 적발해 조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특사경에 따르면 박씨는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성동구와 동대문구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본인 명의 차량 214대를 소유권 이전 없이 판매했다. 이중 78대는 차량 소유자가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조차 들지 않았다. 교통사고를 내도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도로 위의 폭탄'인 셈이다.

박씨는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를 꺼리는 차량도 선뜻 사들여 '해결사'로 통했다. 과태료나 세금을 체납한 중고차를 "내가 대신 납부하겠다"며 싸게 구입해 되팔았다. 체납액이 2,000만원에 달하는 중고차를 100만원에 구입해 700만~800만원에 파는 식이었다.

이렇게 판매한 차량은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아 범칙금과 세금이 박씨 앞으로 부과됐는데, 박씨는 5년 간 서울, 인천 등지로 10여 차례 거주지를 옮겨 다니며 과세당국의 추적을 피했다. 조사 결과 박씨가 체납한 세금과 과태료는 모두 8억6,871만원에 달했다.

박씨의 행각은 그의 명의로 된 차량이 유난히 많은 것을 수상히 여겨 조사에 착수한 특사경에 꼬리를 잡혔다. 그러나 자동차관리법상 차량 매매에 따른 소유권 이전 등록 책임은 구매자에게 있어 대포차 소유주이면서 판매자인 박씨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특사경 관계자는 "대포차 매매 행위는 처벌 규정이 없어 박씨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중고차를 매매한 부분만 '무등록 중개업'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부터 대포차 거래를 막기 위해 시행한 '중고차 거래 실명제'도 박씨의 수법에는 무용지물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중고차를 팔려는 사람은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인감증명서에 살 사람의 실명을 기재해야 한다. 차량의 원래 소유주가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또 매매업자가 최종 소비자에게 차를 팔 때마다 실제 소유자를 서류에 남겨 유통단계에서 주인이 없는 대포차가 양산되는 일을 막자는 취지다. 그러나 박씨처럼 매매자와 구매자가 짜고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으면 버젓이 대포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포차는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등 폐해가 큰데도 판매자를 처벌할 규정이 없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단속에 앞서 관련 법 손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포차 매매) 수법이 많아 법에 구멍이 있었다"면서 "조속히 검토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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