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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2월 8일] 취업 위해 '혼밥' 먹는 청년들

입력
2014.02.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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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강박과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눈 앞의 미래를 준비하며 발 딛고 선 현실을 살아내려는 대학생들의 하루는 늘 전투 모드였다. 더 높은 학점을 받으려 새벽까지 도서관 자리를 지키고, 학비 생활비 충당을 위해 수업 외 시간을 아르바이트 일에 쏟아 부어야 하는 이들도 많았다. 캠퍼스의 낭만과 꿈은 그들에게 사치였다. 일부는 취업 준비 시간을 아끼려 늘 '혼밥'(혼자 먹는 밥)을 즐기고, 아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앗싸'(의도적 아웃사이더)의 길로 나서기도 했다. 얼마 전 접한 EBS 다큐 프로그램 를 통해 본 대학생들의 삶은 내가 알던 것 이상으로 고단했다. 취업과 학비는 대학 생활의 모든 걸 규정하는 절대 상수이자 청년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맨 족쇄였다. 다큐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아렸다.

어느 세대 사람이든 대학 생활 동안 진로와 학비 문제로 고민해보지 않은 이는 없다. 하지만 두 문제는 지금 대학에서 대학다움을, 대학생에게서 대학생다움을 앗아가며 대학의 존재 가치를 흔들고 있다. 대학 입학 순간부터 청년들은 취업 준비의 노예가 된다. 영어는 기본이고 온갖 자격증에 국내외 봉사활동, 워킹홀리데이 같은 해외체류 경험, 기업 인턴사원 활동, 공모전 응모 등 온갖 스펙을 쌓기 위해 눈코 뜰 새가 없다. 게다가 학점까지 좋아야 한다. 슈퍼맨 원더우먼이 아니고서야 이 모든 준비에서 발군의 성과를 올리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대학생들은 앞다퉈 이런 식의 취업 준비에 몰두한다. 왜? 불안하니까. 조금이라도 준비에 소홀하거나 게으름을 피웠다간 도태될 수 있다는 강박 때문에. 공부가 제대로 되든 말든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있거나, 끼니 때우기에 불과한 식사를 혼자 5분만에 뚝딱 해치우고 다시 책을 펴야 하루를 제대로 산 듯한 뿌듯함에 안도할 수 있으니까.

그 사이 대학의 존재 가치는 퇴색하고 있다. 자율과 개방, 다양성 위에서 학문과 지식을 발전시키고, 중대한 사회적 담론을 제시하고 논쟁하는 모습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소통과 논쟁의 부재 속에서 일방적 교습만 행해지고, 학생들의 관심은 온통 취업에만 쏠린 현실에서 대학 본연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 더 답답한 사실은 이런 상황을 해체하고 대학을 대학답게, 청년을 청년답게 할 방도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일도 해결 가능한 작은 것부터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순리다.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미래세대에게 너무 무책임한 처사일터. 그런 점에서 청년들의 강박과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일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생들이 느끼는 강박의 원천이자 불안을 가중시키는 주범이 기업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취업시장의 슈퍼갑이다. 청년들은 이 슈퍼갑의 횡포를 절감하면서도 고양이 앞의 쥐처럼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한다. 겉으론 대학을 차별하지 않는다면서 이른바 명문대 졸업생을 경쟁적으로 입도선매하고, 입사 전형으로 창의력과 업무능력을 우선시 한다면서 결국엔 학벌과 성적과 스펙에 의존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 기업이다. 슈퍼갑으로서 무책임한 언사도 남발한다. 기업 관계자가 TV나 강연회에 나와 청년들에게 "창의적 인재가 되라"고 말하면 청년들은 무엇이 창의적 인재인지, 어떻게 해야 창의성을 갖출 수 있는지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기업들은 "답은 너희들이 알아서 찾아"하는 식이다. 기업들은 어떤 기준과 형태로 신입사원을 선발한다는 것인지 정체도 모를 입사 전형을 들고 설치기도 한다. 청년들은 난데없이 날아온 돌멩이에 맞은 개구리 신세다.

논란 끝에 보류되긴 했지만 삼성이 대학총장추천제를 꺼낸 것도 근본적으로는 삼성을 지원하는 청년들의 취업 준비 고통을 덜어주자는 차원이었다. 최소한 그런'고민 바이러스'가 기업들에게 골고루 전염된다면 기업들이 대학생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현실 문제와 마주하고 그들의 강박과 불안을 풀 수 있는 제도와 수단이 강구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황상진 편집국 부국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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