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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사라진 10년… 그 시절을 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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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사라진 10년… 그 시절을 쫓다

입력
2014.02.0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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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1889~1951)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명제로 유명한 를 집필한 뒤 철학적 문제들을 모두 해결했다며 철학계를 떠났다가 10년 만에 다시 학계로 돌아왔다. 철학자 칼 포퍼의 제자인 윌리엄 바틀리 3세는 아무런 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그 10년의 삶이 궁금했다. 오스트리아의 학교개혁운동 및 카를 뵐러의 심리학과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사상이 연관돼 있다고 본 그는 확실한 근거를 찾기 위해 비트겐슈타인이 '침묵의 시절'을 보냈던 오스트리아의 산골 마을 트라텐바흐와 오테르탈로 향했다.

'초등학교 선생님' 비트겐슈타인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뜻밖에 많았다. 비트겐슈타인이 하숙 했던 식료품점의 아들과 비트겐슈타인이 한때 입양하려 했던 아이(저자가 만났을 때는 할아버지가 돼있었다) 등을 만난 뒤 바틀리는 비트겐슈타인의 자취를 찾아 빈의 프라터 거리와 런던의 동성애 바를 찾아 다니며 자료를 모았다. 10년간의 사생활과 지적 궤적을 좇은 이 책에서 저자는 결국 비트겐슈타인이 침묵의 시절에도 철학을 떠나지 않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의 철학'을 침묵 속에서 실천하며 후기 철학을 지배하는 주제들에 대한 사유를 시작했음을 밝혀냈다.

1973년 이 책이 세상에 처음 나오자 학계는 술렁거렸다. 책의 중심 주제 때문이 아니었다. 비트겐슈타인이 '고독과 섹스를 찾아 밤거리를 배회하게 만들었던 외로움'과 고된 싸움을 한 동성애자였다고 밝힌 너댓 장의 글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비트겐슈타인과 가까웠던 사람과 독자의 항의와 공격이 이어졌고 바틀리는 학회로부터 제명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초판의 초점은 와 비트겐슈타인 사후 출간된 등에 나타난 사상 전반이지만 이 책의 원서인 개정판(1985)은 동성애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연한다. 그렇다 해도 비트겐슈타인의 사생활과 관련해서만 이 책을 논하는 건 여전히 지엽적이다. 첫 출간된 지 40년이 지난 이 책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전기 철학과 후기 철학의 희미한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건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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