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공기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 윤길자(68ㆍ여)씨의 특혜성 형 집행정지를 공모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남편 류원기(66) 영남제분 회장과 주치의 박병우(53) 신촌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에 대해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김하늘)는 7일 류 회장에 대해 횡령 혐의로 징역 2년, 박 교수에게 허위 진단서 작성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허위 진단서 발급을 위해 1만달러를 주고 받았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류 회장이 4년여 간 영남제분과 계열사의 법인자금 86억원을 횡령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와 관련,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63억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또 박 교수가 발급한 진단서 3건 중 2건을 허위 진단서로 봤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윤씨가 5년 가까이 병원과 집에서 지낸 사실이 드러나 일명 '가진 자의 합법적 탈옥'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 교수의 형량에 대해서는 "비정상적인 형 집행정지가 반복 연장된 것이 박 교수의 허위 진단서에만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자문위원들에게 의료기록을 모두 보내야 하지만 진단서만 보내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2002년 전 사위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해 여대생(당시 22세)을 청부살해 한 혐의로 2004년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뒤 2007~2013년 세차례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이를 15차례 연장했다. 류 회장과 박 교수는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받아내기 위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는 대가로 1만달러를 주고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구속 기소됐다.
한편 박 교수의 변호인은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오해를 일으키도록 진단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허위 작성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여론에 이끌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안이다 보니 재판부가 법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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