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기업들의 승급과 승진 인사가 한창인 모양이다. 그에 따른 내 지인들의 한숨소리와 환희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내가 지금 일하는 곳에 입사할 때 인사담당자는 차장과 과장 직급 중 어떤 걸 부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과장부터 하겠다고 단숨에 말했다. 담당자는 내심 놀라는 눈치였는데, 내가 그렇게 말했던 건 겸양 따위가 아니라, 내가 가진 생각이 지극히 단순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직급 같은 사회적 성취를 위해 회사에 들어온 게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고 싶다는 내적 성취를 위해 들어온 것이었으니까. 일을 즐겁게 하고 그 결과 회사의 성장에도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계급의 취득 같은 사회적 성취라는 것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욕망이 개입하게 되고 행복에 대한 내면적 척도가 흐려지게 된다. 그 왜곡이 심해지면 진짜 행복과 가짜 행복을 헷갈리고 만다. 마치 실제로는 불행한데 매스컴 앞에서는 행복한 척 연출해야 하는 스타부부들처럼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에 행복의 코드를 맞추면 맞출수록 그 내면은 궁핍해지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그것들은, 우리가 가장 긍휼히 여겨야 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자신의 내면이 행복감으로 충만한 자만이 생색 없이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타인의 삶을 염려할 수 있으리라.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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