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미군이 전날 실시한 B-52전략폭격기의 사격훈련을 비난하며 이산 상봉 무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어떻게 훈련상황을 정확히 포착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북한은 남한의 언론보도를 트집잡아 비난공세를 펴곤 했다. 하지만 이번 훈련은 비공개로 실시돼 경우가 다르다.
따라서 북한이 레이더를 통해 B-52의 움직임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B-52가 사격훈련을 한 곳은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50~60㎞ 정도 떨어진 직도 사격장으로, 서해안을 따라 북한의 황해남도와 마주보고 있다. 북한이 사거리 150㎞에 달하는 SA-5미사일기지를 운영하는 곳이다. 북한은 이 기지를 지난해 평양에서 황해남도로 옮겼다. 북한은 통상 미사일기지와 레이더기지를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이 기지에서 B-52의 움직임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군 관계자는 "오산과 대구에 있는 우리의 중앙방공통제소에서 레이더를 통해 북한 전역의 항공기 움직임을 실시간 들여다보고 있듯이 북한 레이더기지의 작전반경도 남한 전역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3월에도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앞두고 B-52가 한반도에 출격한 사실을 거론하며 대남 공세를 강화한 전례가 있다.
무엇보다 B-52는 대형 항공기다. 길이 48m, 너비 56.4m, 무게 221.35톤에 달한다. 기체가 크면 레이더 반사면적(RCS)이 커지기 때문에 식별이 쉽다. 이번 B-52는 미국 괌 기지에서 출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전투기를 한반도에 보내기 전에 우리 군에 통보절차를 거친다. 따라서 이산상봉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잇는 B-52출격을 우리 군이 왜 만류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군의 다른 관계자는 "직도 사격장은 한미 공군이 연례 훈련 일정을 정해 번갈아 사용하는 곳으로 전체 일정이 미리 잡혀있는 상태에서 굳이 변경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태평양지역에 전략폭격기를 순환 출격시켜왔다"고 짤막하게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을 의식한 듯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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